2024. 11. 13. 17:55ㆍ전기자동차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올해 1~9월간 경영 성과는 중국의 BYD와 도요타, 현대차 그룹을 제외하면 매우 부진합니다.
특히 자동차 산업 종주국임을 자처해 왔던 폭스바겐, 벤츠, BMW를 포함한 독일 업체의 위상이 크게 추락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은 독일에 있는 10개의 공장 중 적어도 3개 공장을 폐쇄하고 나머지 공장에 대해서도 생산 능력을 줄이려고 노조와 협상 중입니다.
여기에 3만 5천 명 이상의 인원 감축 계획과 수당 등을 포함하여 임금의 20% 정도를 줄이는 것도 포함된 구조조정 계획입니다.
오늘은 전직 폭스바겐 이사와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폭스바겐의 구조조정을 하게 되는 배경과 함께 구조조정 노력이 성공하여 재개할 것인지, 아니면 세계 2위 자리를 현대차 그룹에 물려주고 계속 추락할 것인지를 분석하고 전망해보고자 합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코로나 사태, 반도체 부족 사태를 겪으면서 짧은 시간에 황금기를 누려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판매 캐즘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위상 강화, 트럼프 2기가 출범에 위한 미중 패권 다툼의 심화, 세계 두 곳에서의 전쟁, 고금리에 의한 경기 침체 등의 다양한 위험 요소들로 자동차 산업은 빙하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상황가운데 가장 어려움에 부닥친 레거시 업체는 일본의 닛산과 작년 최고의 영업이익률로 주목을 받았지만, 지금은 반토막이 난 스텔란티스와 추락하는 독일 업체라고 생각이 됩니다.
독일 업체들의 1월 9월 간 경영 성과는 판매 대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 모든 면에서 전년 동기간 대비 타 업체보다 많이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감소폭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커지면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쇠퇴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쇠퇴의 시작점은 2015년에 발생한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독일 업체들은 디젤 엔진 전략을 전면 재검토하고 전기차로의 전환을 가속해 왔습니다.
과거 2~3년 동안 성공하는 듯 보였던 전기차로의 시프트 전략은 지금 참담한 현상을 맞고 있습니다.
독일 자동차 업체의 판매와 수익은 테슬라처럼 중국 시장에 크게 의존해 왔습니다.
그러나 중국 로컬 업체와 기술과 가격 경쟁력에서 열세를 보이면서 판매 수익이 다 날아가고 있습니다.
유럽 시장에서는 영국, 스웨덴, 독일 등에서 전기차 판매 보조금이 중단되고, 값싼 중국산 전기차와 공격적인 전기차 정책을 펼쳤던 한국차, 그리고 전기차 개발에 뒤늦어 왔던 도요다 등이 가세하면서 BMW를 제외한 독일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는 크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의 한복판에 있는 폭스바겐 그룹의 미래는 매우 어둡게 보입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3분기 영업이익 순이익은 각각 42%, 64%나 감소했습니다.
순이익은 21년 1분기 52% 감소한 이래 3년 반 만에 다시 크게 감소하면서 폭스바겐을 위기로 몰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의 24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6.5%였습니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실적은 3분기 영업이익률 3.6%로 크게 악화되었습니다.
그룹 내 판매대수가 가장 많은 폭스바겐 브랜드의 영업이익률은 2.1% 수준으로 가장 낮고, 포르셰와 함께 폭스바겐 그룹의 이익원이었던 아우디의 영업이익률은 벤와 BMW의 50%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폭스바겐 그룹의 수익 악화의 원인에는 몇 가지 있을 것입니다만 폭스바겐 전 이사는 "경쟁력 없는 인력이 너무 많다"는 부분을 첫 번째로 꼽았습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의 종업원 수가 38만 명인데 반하여 폭스바겐에서는 68만 4천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작년 판매 실적을 기본으로 1인당 판매 대수를 계산해 보면 현대차그룹이 67.4대로 가장 많고, 도요다가 29.5대, 폭스바겐이 13.5대로 가장 적습니다.
이러한 비효율 현상은 판매가 좋은 시기에는 잘 나타나지 않았지만 전기차 캐즘과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이 심화되면서 지금 곪아 터지는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에 올인하는 전략이었지만 경쟁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력도 떨어졌습니다.
전기차의 기본 성능에서 뛰어난 것도 없고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이 선행하고 있는 SDV (Softweare Defined Vehicle) 개발도 실패했습니다.
폭스바겐 전직 이사와 이야기 내내 적잖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외국 엔지니어를 고용하지만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로 소통해야 하는 기업 문화로 다양성이 크게 인정되지 못하는 현실이라고 합니다.
더 놀라운 것은 폭스바겐 연구소는 엔지니어들에게 한 명의 엔지니어당 외부 엔지니어링 서포트 업체에서 파견되는 1명을 추가로 붙여준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독일 인건비가 비싼데 여기에 외부 엔지니어에게 추가로 인건비를 부담하는 구조 상상이나 되십니까?
그렇다면 폭스바겐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은 이런 도움을 받으면서 테슬라나 중국 업체처럼 아주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있을까요?
저의 기대와는 달리 외부 인력들이 실제로 폭스바겐 신차를 개발하고 있다는 말이 맞을 정도로 외부 인력들이 폭스바겐 엔지니어 일을 거의 다 대행해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실제 폭스바겐 연구소의 엔지니어들은 일할 필요가 없어서 이들의 경쟁력이 엄청 떨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한다고 해서 그룹 브랜드에서 인력을 차출하여 Cariad라는 별도 회사를 세워 운영했지만 레거시 업체의 개발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소프트웨어를 하드웨어 개발하는 방식으로 개발했다고 합니다.
테슬라, 중국 업체들은 소프트웨어를 분하여 컨셉을 수립한 이후 가장 먼저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데 폭스바겐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또 하나는 레거시 업체들이 개런티형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많은 요구사항을 상정하면서 과스펙으로 설계하게 되고, 정작 테스트는 기존의 테스트 방법을 고수하는 방식을 답습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소프트웨어에도 안전 마진을 너무 높게 잡다 보니 차량 성능을 우수하게 개발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BMS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 제어하는 소프트웨어에서 충전 상태를 나타내는 SOC를 98%로 제어해도 되는데, 폭스바겐 연구소에서는 안전을 고려하여 96%까지만 했다고 합니다.
ID3용 소프트웨어 개발부터 일정을 맞출 수가 없었고, 늦게 탑재한 소프트웨어도 많은 오류가 나면서 고객 불만이 많았습니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아우디의 Q6 e-tron과 포르셰의 마 전기차는 목표 일정 대비 소프트웨어 문제로 2년 이상 론칭이 지연되었습니다.
전기차 판매 캐즘 현상으로 가려진 부분이 있지만 이처럼 폭스바겐 그룹의 전기차 판매 부진의 요인에는 상품성 열세 요인이 컸습니다.
이 결과는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의 큰 부진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에서 아우디와 포르셰, 그리고 폭스바겐 브랜드는 엄청난 수익을 올려왔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중국 시장의 수요 구조가 내연기관에서 NEV로 변하면서 이들 브랜드의 중국 시장 전체 판매는 3분기에도 15%나 크게 감소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고 있어 수익은 계속 악화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아우디 브랜드의 전체 판매 합계는 BYD, 중국 로컬 업체의 저가격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40년 동안 지켜왔던 1위 자리를 BYD에 넘겨주었습니다.
중국 내 폭스바겐 그룹의 판매는 올해 증가한 것으로 보이지만 가격 할인 등 푸시 판매의 효과와 함께 기저효과 요인이 큽니다.
폭스바겐 브랜드의 1~9월 간 전기차 판매 대수는 12만 9419대로 BYD의 5.2% 수준으로 매우 미미한 실정입니다.
폭스바겐 전기차 중 판매 1위인 ID 3의 판매 대수는 6만 4798대로 판매량 10위에 랭크된 Wuling Binguo 판매 대수인 12만 8703대의 50% 수준밖에 안 되고 있습니다.
아우디, 포르셰의 판매도 테슬라와 함께 중국의 신생업체인 Nio, Xpeng, Li Auto는 물론 최근 화웨이가 론칭한 신생 브랜드와 샤오미 등이 공세로 크게 감소했습니다.
폭스바겐은 중국 업체와 맞대응할 기술이 없어서 샤오펑과 상해기차의 플랫폼을 활용하여 전기차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는 Rivian 플랫폼을 활용합니다.
지난 10월 말 폭스바겐 중국 법인의 마케팅 책임자가 불법 약물 사용으로 중국 당국에 구속되었다가 중국에서 독일로 강제 송환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가장 어려운 시장의 마케팅 책임자가 이런 자세라면 그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태도로 일하고 있는지 짐작이 갑니다.
수요 측면보다도 더 심각한 것은 공급 측면의 고비용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를 총괄하는 토마스 셰퍼는 독일 공장에 대해 목표했던 제조 비용을 25%에서 50%까지 초과하고 있다라며 연간 40억 유로의 비용 절감이 불가피하다고 했습니다. 경쟁사에 비해 제조 비용이 2배나 높은 공장도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독일 자동차 업체의 제조 원가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독일의 고임금 구조에 더하여 독일의 메가와트당 23년 평균 전력요금은 190유로, 미국의 68.6유로와 중국의 89.4유로의 2배가 되었습니다.
이 정도가 되다 보니 독일에서 가장 큰 금속노조가 있는 노조를 향해서 폭스바겐은 그 힘든 구조조정의 칼을 빼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조정이 성공하기까지는 매우 어렵게 봅니다.
왜냐하면 인원을 감축하는 방법도 개개인의 능력과 성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종업원의 결혼 유무나 자녀 수 나이로 해서 결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많을수록 외벌이일수록, 자녀가 많을수록 안 잘리기 때문에 소위 능력 없는 사람들이 남게 되어 오히려 이러한 구 조정이 된다 하더라도 더 큰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었습니다.
폭스바겐은 중국 업체의 저가격 공세에 대응하여 2만 유로대의 저가차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할 원가 절감 기술이 없는 편이라고 합니다.
원가 절감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라 부품업체에게 일방적으로 이 가격에 납품하라는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방법은 양을 앞세워 단기적으로는 성공할 수 있지만 대부분 부품 업체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전 폭스바겐 이사는 이러한 방법이 지속되면 벤츠의 Farasis 배터리 사건처럼 폭스바겐 전기차에도 품질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또 하나 더 높은 허들은 당장 내년부터 강화되는 유럽의 CO2 배출가스 규제입니다.
규제치와 현실치가 너무 많이 차이 나고 있어 도요와는 달리 하이브리드 기술을 갖고 있지 못한 폭스바겐은 내년부터 전기차를 많이 팔지 못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거나 테슬라로부터 크레딧을 구입해야 합니다.
중국 시장에서는 2027년 전체 판매의 45%를 NEV로 판매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의 전기차의 라인업과 상품성 수준으로 이 규제 대응은 어렵고 대응하려면 내연기관차 판매를 줄여야 합니다.
이러면 수익은 더 줄어들 것이고, 여기에 구조조정 비용이 추가되는 악순환으로 구조조정 성공하기도 전에 죽음의 연못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위기에 대응하여 EU도 보호주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이고 독일 정부도 나서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예상됩니다.
그렇지만 폭스바겐 그룹의 구조조정은 그렇게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출처: 전직 폭스바겐 이사가 진단하는 VW 침몰의 배경과 향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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