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1. 6. 14:55ㆍ전기자동차
전기차가 잘 팔리지 않는 현상, 즉 전기차 캐즘 (Chasm)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환경규제 강화 시기는 쉬지 않고 가고 있어 자동차 업체들은 환경규제 딜레마에 빠지고 있습니다.
전기차를 판매하기 위하여 가격 할인 등 다양한 판촉 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올해 전체 판매의 22%를 전기차로 팔아야 하는 영국의 ZEV mandate 규제와 내년부터 강화되는 EU CO2배출가스 규제 대응이 어려워 보입니다.
이에 일부 업체는 영국 정부를 압박하고 있고, 폭스바겐, BMW 등 독일 업체들은 자동차협회와 함께 내년 강화되는 CO2 배출가스 규제 시점을 2년 연기해 달라고 강력하게 로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유럽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분석합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강화되는 CO2배출가스 규제를 대응해 왔습니다.
70년 미국의 머스키 규제 대응을 가장 먼저 했던 혼다는 동네의 마치코바 (町工場) 회사에서 글로벌 회사로 성장하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유럽에서는 배기가스 규제를 둘러싸고 클린 디젤을 앞세운 독일 업체와 하이브리드를 내세운 토요다와의 1차 대전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가 발생하면서 토요타의 압승으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EU는 35년 내연기관차 판매 중지에 앞서 단계적으로 20년 CO2 규제부터 강화해 왔습니다.
이 규제를 만족하지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데 벌금 규모가 대단합니다.
벌금 산정은 “규제치 초과 g 수” X “해당 브랜드의 1년간 전체 판매 대수” X “95유로”로 계산됩니다.
아무래도 벌금을 내게 되면 브랜드 이미지에 손상이 가기 때문에 전기차를 주로 하는 업체들로부터 크레딧을 구입하여 대응할 수도 있습니다.
20년 벌금 사례를 보면 폭스바겐은 0.5g이 초과되어 2053억 원의 벌금을 물었습니다.
반면 포드는 볼보로부터 6240억 원의 크레딧을 구입했습니다.
이런 크레딧 판매로 가장 재미를 보는 업체가 바로 테슬라입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CO2 규제를 대응하지 못하는 업체들이 많이 발생하면서 테슬라의 크레딧 판매 금액도 급격하게 증가했습니다.
재료비도 인건비도 들지 않은 테슬라의 크레딧 판매는 2022년 17.8억 달러, 약 2조 4천억 원이나 되었습니다.
유럽 시장 1~8월간 전기차 판매는 시장 규모가 큰 독일 시장에서 큰 감소로 전년 대비 5.5% 감소했습니다. 전체 판매에서 전기차 판매 비율도 14%로 낮아졌습니다.
Table 1 유럽 2024년 1~8월 EV 판매
볼륨 전기차 모델에서는 테슬라 모델 3을 제외하고는 탑 라인 차량이 전부 감소하면서 전년 대비 13%나 감소했습니다.
반면 프리미엄 전기차 모델에서는 중국에서 생산한 볼보의 저가격을 앞세운 EX30이 추가되었고, BMW의 i4, i5가 크게 증가하면서 전체로는 19.7% 증가하였습니다.
물론 하이브리드 판매 비율이 크게 증가했습니다만 이런 판매 믹스로 올해 CO2 규제 수준을 통과할 수 있을까요?
자동차 업체 그룹별 기업 평균 CO2 배출량은 차종별, 트림별 CO2 배출량과 판매 대수를 가중 평균하여 산출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하여 하이브리드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는 토요타의 주요 차종의 CO2 배출 가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겠습니다.
Table 2 토요타 차종별 CO2배출 수준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했다고 해도 소형 야리스를 제외하고는 전 차량이 100g을 넘고 있습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CO2 배출 가스 수준은 차종별로 12g에서 22g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차종의 판매 비중은 매우 낮습니다. 전기차 bZ4X의 CO2 배출량은 당연히 제로이지만 판매 대수는 전체 판매에서 2.7%밖에 안 되고 있습니다.
상반기 판매 기준 렉서스를 포함한 토요타그룹의 기업 평균 CO2 배출량은 105g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폭스바겐은 123g, 포드는 심지어 125g으로 매우 높습니다.
이에 비해 스텔란티스는 113g, 르노 닛산 미쯔비시 연합은 114g 정도입니다.
전기차 판매 공세를 취해왔던 현대자동차그룹은 108g으로 토요타보다는 높지만 타 업체보다는 좋은 편입니다.
폭스바겐과 포드의 CO2 배출가스 수준이 높음에도 규제 목표치에 근접한 현상은 약간 편법을 썼기 때문입니다.
평균 차량보다 무거운 차량을 고려한 중량 개수를 적용하여 24년 개별 목표를 각각 121g과 124g으로 상향 조정한 덕분에 하반기에 전기차 판매를 증대하면 규제치에 어느 정도 근접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내연기관 엔진을 보유한 모든 OEM 그룹 중 현재 2025년 강화되는 새로운 규제치인 93.6g을 대응하는 업체는 볼보 Polestar를 거느리는 지리그룹과 상해그룹의 MG 정도로 예상됩니다.
그룹별로 브랜드별로 2025년 목표치와 현상의 차이를 보면 KIA가 10g 차이로 가장 작은 편입니다만 현대차는 17g으로 목표와 차이가 나고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폭스바겐과 포드는 25년의 중량 개수가 마이너스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개수 조정이 어렵게 되어 목표와의 갭이 각각 28g, 29g이나 되어 매우 심각한 상태입니다.
2025년 규제치를 만족하려면 업체별로 전기차 판매 비율을 무조건 높여야 합니다.
데이터 포스의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 연료 유형별 배출량을 기준으로 볼 때 포트폴리오의 풀 하이브리드가 없는 OEM은 판매 믹스에서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중이 37% 정도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토요타그룹처럼 풀 하이브리드의 판매 비율이 55% 이상이 되면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 브리드의 비율이 23% 정도면 됩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된다고 해도 전기차 판매 확대를 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영국 시장에서 올해 확인되고 있습니다.
Table 3 영극 전기차 판매 현황
자동차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기 위하여 엄청난 인센티브를 집행하면서 9월 전기차 판매를 전년 대비 25% 증가시켰지만, 올해 전기차 판매 비율은 1~9월간 17.8%보다 약간 증가한 18.5%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올해 업계 합계 최소 20억 파운드의 가격 할인 판촉에도 불구하고 현재 22% 규제를 만족하고 있는 업체는 볼보, MG, 푸조와 BMW, 벤츠 정도입니다.
글로벌 상위 업체인 도요타와 폭스바겐, 현대차 그룹과 영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포드, 닛산 등은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포드는 영국 정부에 25년 전기차 판매 의무 비율을 완화해 줄 것을 요청했고, 복솔 (Vauxhal) 브랜드를 소유한 스텔란티스는 6월에 영국 정부가 전기차 생산 수요를 늘리기 위한 더 많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영국 생산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까지 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인하여 유럽자동차공업협회를 비롯하여 폭스바겐, 르노 등은 2025년 CO2 배출가스 규제를 2년 연기시켜 달라고 강하게 EU에 로비하고 있습니다.
2025년 강화된 규제를 유지한다면 자동차 제조업체는 약 200만 대의 자동차 생산을 중단하거나 승용차의 경우 130억 유로 약 19조 원에 달하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고 하면서 유럽위원회를 압 압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2년 유예를 주장하는 벤스, BMW, 폭스바겐과는 달리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서 탈퇴한 스텔란티스는 현재의 규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스텔란란티스는 두 가지 이유에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하나는 e-DCT(electrified dual-clutch transmission)라 불리는 48 볼트 시스템으로 만든 하이브리드가 동 수준의 CO2 배출가스 정도를 실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중국이 Leap motor에 15억 유로를 투자하면서 Leap motor를 스텔란티스의 15번째 브랜드로 만들어 놓은 이점이 있습니다.
올해 말부터 폴란드에서 현재 생산하기 때문에 중국산 차의 추가 관세에도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유럽 전체 시장은 4.3%로 증가했지만 신규 판매량의 절반은 풀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에서 기인했습니다.
풀 하이브리드를 전개하지 못하고 있는 폭스바겐 등 독일 업체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EU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완전 전기 모드로 작동하는 시간 비율인 유틸리티 팩터에 대한 면밀한 조사를 추진함에 따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는 급격히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실제 주행 모니터링 결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배출가스 인증 테스트에서 예측한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엔진을 가동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폭스바겐에게 남은 희망은 2만 유로에서 2만 5천 유로 사이에 저가격 전기차가 될 수 있습니다.
올해 피아트의 Grand Panda, 현대차의 Inster와 2만 3300유로의 시트로엥 e-C3가 론칭되었습니다.
내년에는 폭스바겐 ID2와 이 플랫폼을 이용한 Scoda와 Cupra의 차, 르노의 르노 5 그리고 BYD의 Seagull의 론칭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에는 KIA의 EV2와 함께 2만 유로 이하의 르노 트윙고가 예정되어 있는데, 폭스바겐의 ID1은 2027년이나 되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내년에 전체 판매의 12%를 전기차로 판매해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 비율은 6.4% 정도밖에 안 됩니다.
요즘 눈에 띄게 할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습니다만 내년 규제를 만족하려면 할인이 더 많이 될 것이라는 것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영국이든 유럽이든 한국이든 자동차 업체들은 정부를 보고 규제를 완화해 주든지 보조금을 확대하든지를 더 강하게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새로 정권을 잡은 영국 노동당, 그리고 새로 선임된 EU 집행위원회 멤버들의 면면을 보면 환경 정책을 뒤로 물리는 일은 상상도 할 없을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나라는 어떻게 해야 될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출처: EV캐즘 극복과 환경규제 대응 딜레마에 빠진 자동차 업체! 전기차를 팔지 못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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