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 위기의 닛산 자동차

2024. 11. 18. 13:49전기자동차

BYD와 테슬라를 제외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3분기 순이익은 아래 그래프와 같이 대폭 줄어들었습니다.

 


바야흐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은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가장 어려움에 직면한 업체로는 3분기에 적자에 빠진 닛산이라고 분석이 됩니다.
이 시간에는 침몰하는 일본 닛산 자동차의 현상과 그 배경을 분석하고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90년대 일본 자동차 산업에는 마스다의 지옥과 죽음의 연못에 빠진 닛산이라는 말이 있었을 정도로 이들 업체의 경영 상황은 최악이었습니다.

 


닛산은 99년 도산 직전 르노에 인수되어 극적으로 부활한 이후 카를로스 곤이 커미트먼트 경영을 앞세워 매우 공격적인 경영을 했습니다.

 


카를로스 곤 회장은 2011년 6월 "Nissan Power워 88"이라는 경영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2016년에 글로벌 마켓셰어 8%, 영업이익률 8%를 달성한다는 매우 공격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추진했습니다.

 

 

전 세계의 공장 생산 능력을 확대하고 인도, 인도네시아, 러시아, 브라질 등 신흥국 시장에서 댓선 (DATSUN)이라는 저가 브랜드도 추가로 론칭했습니다.

르노와 함께 누적으로 150만 대의 전기차 판매 목표를 설정하여 배터리 공장에도 투자를 했습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의 추진 결과는 판매 대수, 매출액, 영업이익, 순이익은 증가하였지만 그가 설정했던 두 가지 큰 목표와 8가지 세부 목표 중 달성한 것은 멕시코에서 마켓셰어 1위 유지한 것과 배당 성향뿐이었습니다.

 

Nissan Power 88 목표대비 실


현대차 그룹처럼 닛산의 팽창 전략은 초기에는 크게 성공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능력을 크게 벗어나는 높은 목표를 수행하다 보니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차 그룹 판매와 영업이익률 추이


현대차그룹은 2015년 801만 대까지 판매했지만 그 확장 노선의 후유증이 나타났습니다.
매년 판매 목표는 높게 설정되었지만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재고는 늘어났습니다. 그 누구도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회장에게 보고하지 못했습니다.

공장장도 책임 문제를 우려하여 재고와 상관없이 차를 계속 만들다 보니 재는 산더미처럼 늘어났습니다.
이런 재고 소진을 위하여 판촉비를 많이 쓰다 보니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2.5%까지 떨어졌습니다.
닛산도 Nissan Power 88 전략에서 신흥국 시장에서의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하여 북미 시장 판매를 크게 늘리는 전략으로 변경했습니다.

 


안정화된 시장에서 판매를 급격하게 증대하는 것이 말처럼 쉬우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최대 수익원이었던 미국 시장에서 재고가 넘쳐나면서 판촉비를 많이 쓰다 보니 수익은 물론 브랜드 이미지까지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진 것도 현대차와 비슷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당시 닛산의 북미 시장 책임자가 이번 현대차 사장으로 승진했다는 사실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닛산은 이 성장 전략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7년 5월에는 르노 닛산, 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2022년 1400만 대의 판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닛산은 자체 중기 경영 계획인 "MOVE to 22"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22년이 오기도 전에 2019년에 적자에 빠졌습니다.
정몽구 회장과 카를로스 곤 회장이 이처럼 높은 성장을 추구하는 카리스마 경영 방식은 매우 비슷했습니다.

 


카를로스 곤은 COO에서 사장을 거쳐 절대 권력을 가진 회장까지 되었고, 일본 정부로부터 훈장도 받았습니다.
일본 언론은 닛산 부활을 높게 평가했고, 그의 성공 스토리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여러 가지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이런 인기와 카리스마로 정몽구 회장처럼 그의 주위는 온통 예스맨뿐이었습니다.

 

그의 전략에 대해서 속도를 늦추거나 수정하자는 등의 제안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8년 초에 정몽구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2018년 말 카를로스 곤 회장은 일본 검찰에 구속되면서 양사는 변화의 기회가 생겼습니다.

 

현대차 그룹, 닛산 판매 추이 (만대)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변화를 추구하던 두 업체의 성과는 코로나 사태와 반도체 부족 시기를 거치면서 크게 다르게 나타났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부터 매우 빠른 속도로 경영 전략과 조직 문화를 혁신했습니다.
세계 각 시장에서의 생산과 판매 책임자를 한 사람으로 일원화하는 상징적인 조직 변경을 단행했습니다.
이와 함께 판매 대수를 중시했던 경영에서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핸들을 틀었습니다.
정몽구 회장 시대의 사람들을 다 내보내면서 GM 등 외국 경쟁업체와 삼성, 네이버 등 국내 다른 업종으로부터 우수 인재를 영입했습니다.
군대식 수직 문화를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바꾸는 노력도 했습니다.
반도체 부족 사태로 공급 저하 시장이 된 상황에서 어느 업체보다도 빠르게 대처했습니다.
여기에 2019년부터 팰리세이드 등 내연기관 신차와 전기차가 매년 발표되었고, 전략 모델들이 풀 모델 체인지 되는 시간의 운도 따르면서 큰 폭의 V자 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2019년 말에 닛산의 CEO가 된 우치다는 적자에 빠진 닛산을 정상화시키기 위하여 2020년 5월에 Nissan Next라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시작 시점은 현대차 그룹 대비 2년 늦었고, 추진 속도도 빠르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 정도의 큰 폭은 아니었지만 닛산도 V자 회복을 할 수 있었습니다.

 

현대차, 닛산 영업이익률 추이 (2018~2023년)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놀랍게도 2024년 3월에는 다시 2026년에 2023년 대비 100만 대를 더 판매한다는 Nissan Arc 전략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6개월도 안 되어 다시 적자에 빠졌고, 이와 함께 9천 명의 종업원 감원을 포함하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닛산 순이익추이 (좌), 구조조정 계획 발표 (우)

이러한 짧은 시간에 천당과 지옥을 오고 가는 닛산의 경영 전략 변경은 아무리 판세를 읽지 못한다 해도 닛산 경영진을 포함한 닛산 내부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이처럼 닛산이 경영 전략을 오판한 배경에는 카를로스 곤 전 회장 시절부터 이어져 온 탑다운 방식의 경영 풍토에 문제가 있습니다.
2018년 카를로스 곤 회장은 해임되었지만 경영진은 거의 바뀌지 않았습니다.

 

경영진들은 곤 전 회장 시절에 예스맨으로 지내면서 지시만 기다리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어 상사에게 개선안을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2023년 그나마 인도 출신인 COO 마저 닛산을 떠나면서 경영의 속도감은 더 떨어졌습니다.

 

이사회 등에서도 신속한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느린 경영 판단은 변하지 않았고, 이것이 최대의 수익원인 북미 시장과 그리고 중국 시장 부진과 직결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닛산은 최근 적자의 원인을 미국 시장 신차 부족과 하이브리드 차종 부재를 들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현상 분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무능력과 현대차 그룹과는 달리 카롤루스 곤 시대의 유물 청산이 다 안 되었다는 데 있습니다.
다른 업체들은 반도체 부족 기간 동안 고수익 차종을 우선 생산하여 판매하고, 대당 판촉비도 역대 최소로 운영하며, 수익성이 악화되는 렌터카 등 Fleet 판매를 최소로 하면서 역대 최고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닛산도 2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타 업체와 비교해서는 낮지만 2023년 영업이익률을 4.5%까지 올릴 수 있었습니다.
닛산의 이런 V자 회복 요인은 실제로는 엔저 효과와 함께 반도체 부족이 불러온 공급자 시장 효과가 컸습니다. 그러나 닛산은 자체 노력으로 대당 매출액이 올라갔고 Fleet 판매 비율 축소와 계단식 딜러 인센티브 제도인 Dealer engagement 개선을 통해 향상되었다고 회복요인을 소개했었습니다.

 


앞에서 설명했던 것처럼 카롤루스곤의 커미트먼트 경영이 남긴 유산으로  닛산은 신흥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하여 북미 시장 판매를 대폭 늘려야 하였습니다.

 

닛산 북미 시장 판매 추이 (천 대)


목표 달성을 위하여 닛산은 고객 인센티브에 더하여 무리하게 딜러를 푸시하는 계단식 딜러 인센티브 도입했습니다.
이 계단식 인센티브는 예를 들면 딜러가 월 판매 목표의 90%를 달성하면 딜러에게 대당 200달러를 제공하고 100%를 달성하면 대당 500달러, 120%를 달성하면 700달러를 제공하는 식으로 판매 대수가 늘어날수록 보상을 많이 해주는 방식입니다.
닛산 딜러들은 정상적인 수익을 낼 수 없는 이 인센티브 제도에 불만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공급자 시장이 되면서 닛산은 이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NADA 만족도 조사에서 32개 브랜드 중 10 계단이 상승된 15위가 됐는데 마치 닛산이 선제적으로 주도하여 한 것으로 발표해 왔습니다.
이처럼 닛산은 반도체 부족 기간 동안 공급자 시장 수혜를 받았지만 시장이 정상화된 이후에는 이 부분을 지키려는 경영진의 의지가 약해지면서 닛산의 판매 형태는 다시 과거의 상태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닛산의 9월 시점 재고 일수는 105일로 이상적인 재고일수 60일, 그리고 업계 평균 재고일수인 81일을 크게 웃돌고 있습니다.

 

2024년 9월 시점 각 OEM브랜드들의 재고 일수

닛산 미국 판매의 핵심 차종인 로그, 패스파인더, 프런티어의 판매 기간은 경쟁차보다 매우 긴 편입니다.

 


이 말은 이 차종들이 상품성이 떨어져 미국 소비자들에게 덜 어필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품 전략을 변경하고 라이프 사이클을 4년으로 한다는 전략 발표가 있었지만, 코로나와 반도체 부족 기간 동안 소비자들이 변화하는 요구에 대응한 상품을 현대나 기아처럼 개발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판촉비도 예전처럼 크게 하지 않으면 팔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고, 판매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단했던 계단식 딜러 인센티브도 부활시키면서 북미 시장의 수익은 적자로 전환되었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미국시장 판촉비 비교

중국 시장 대응 전략과 관련하여 거의 모든 글로벌 업체가 시장을 오판했지만 닛산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BYD가 내연기관차 판매 중지를 선언하고 NEV에 집중하고 있었고, 신생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기술에 대해서 앞서가고 있어서 중국 주재원들은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몇 차례나 본사에 보고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중국 출장을 갈 수 없었던 경영진들은 중국 정부가 NEV를 지원한다 해도 보급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오판했습니다.
도요타보다도 많이 팔았던 닛산의 중국 판매는 급격하게 감소하여 일부 공장을 폐쇄하게되었고 남아 있는 중국 공장은 수출 기지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닛산 중국 시장 판매 추이 (천 대)

이처럼 현재 닛산의 침몰 배경에는 회사를 정상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도 없고 그저 자리만 유지하려는 사람들에 의한 인재 탓이라고 분석됩니다.
르노에서 독립하면서 독자적인 경영을 제대로 할 수 있었지만 그 기회도 날려버렸고, 닛산의 주가는 오히려 르노에게 역전되었습니다.
작년 8월 기준 닛산의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해 왔습니다.

 

닛산 시가 총액, 르노에 역

주가를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에서 2026년에 추가 100만 대를 더 판매하게 한다는 CEO의 근거 없는 묘한 자신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이러한 CEO의 잘못된 전략 방향에 객관적으로 논의하고 이견을 말하지 않는 풍토, 그리고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는 위원회 설치와 거버넌스 구조를 개혁하지 않으면 닛산의 침몰은 피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한때 기술의 닛산이라고 불렸던 닛산은 투자 여력 부족으로 전기차와 SDV 기술을 혼다와 파트너쉽을 맺어 개발한다고 발표했지만 말이 혼다와 파트너십이지 혼다에 의지하여 개발하는 전략으로 변경했습니다.

 

경영 방식에는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최근 에피시모 캐피털 매니지먼트라 (Effissimo Capital Management)는 액티비스트 펀드가 닛산 주식의 25%를 확보하면서 경영권 변화 조짐이 보이고 있지만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닛산의 침몰 위기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교훈을 남기고 있습니다. 

 

 

출처: 닛산 침몰 위기는 카를로스 곤 전 회장의 카리스마 유산 미청산과 무능한 경영진 때문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AU7KcI4ci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