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벤츠의 위기

2024. 11. 26. 19:10전기자동차

100년 이상의 내연기관차의 리더였던 독일 벤츠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비 54%나 감소했습니다.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로망하는 럭셔리 브랜드의 강자인 벤츠가 다시 경영 위기에 빠졌다고 하면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벤츠가 처한 위기의 본질은 무엇이고, 내년 론칭 예정인 전기차 CLA는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구원 투수가 될 수 있는지를 분석하고 전망합니다.
1998년 벤츠는 크라이슬러와 합병을 선언하고 사명도 1926년부터 써왔던 다이믈러 벤츠대신 다이믈러 크라이슬러로 변경하면서 세계 자동차 업체에 충격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사내 문화가 크게 달랐던 두 업체의 합병은 2007년 결별하게 되었고 사명은 다이믈러로 변경되었습니다.

 

2008년 이후 리먼 쇼크로 적자에 빠졌지만 거암의 힘으로 큰 어려움 없이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벤츠의 경영 위기는 2018년에 발각된 디젤 스캔들로부터 본격화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았던 벤츠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는 물론 벌금과 리콜 비용으로 2019년의 영업이익률은 2.5%까지 떨어졌습니다.
벤츠가 2022년까지 1만 2천 명의 인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사이 중국의 Geely그룹은 벤츠의 최대 주주가 되었고, 스마트 브랜드 차량의 공동 개발에 합의하는 등 벤츠의 지원군이 된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구조조정과 타 업체와 제휴를 통하여 위기를 극복하려던 벤츠 앞에는 코로나와 반도체 부족 사태의 더 큰 위기가 나타났습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공급자 시장으로 변하면서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기회가 되었습니다.
판매 대수는 감소했지만 고수익 차종 우선으로 판매하면서 2021년에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습니다.
벤츠는 2021년 말에 트럭을 분리하여 승용차와 밴은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으로, 트럭 버스는 다이믈러 트럭으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그러나 23년 이후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감소폭이 커지고 전기차와 그동안 중점을 두었던 탑 엔드 차종 판매가 부진하면서 경영 성과는 전례 없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올 3분기 영업이익률은 21년 최고 17.3%에서 10% 포인트나 감소한 7.3%까지 떨어졌습니다.

 

7.3%의 이익률은 도요타와 현대차 그룹을 제외하고는 그래도 좋은 편인데 뭐가 문제고 위기냐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이슈가 그렇게 간단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은 승용차와 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부문은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고 있지만 주력인 승용차 부분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4.7%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이 수준이라면 위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이브리드 기술이 없었던 벤츠의 경영진은 2015년 폭스바겐 디젤 스캔들이 발생했을 때 아 이제 올 것이 왔구나라고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벤츠의 전임 디터 제체(Dieter Zetsche) 회장은 내연기관차에서 탈피하여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시대를 열겠다는 의지로 2016년 파리모토에스에서 저 유명한 케이스 전략을 발표하면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019년 새로 임명된 CEO는 CASE 전략을 구체화시킨 성장 전략을 2020년과 2021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했습니다.

 

2039년에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2025년 전체 판매의 50%를 전동차로 하고 시장 여건이 허락한다면 2030년까지 100% 전기차를 한다는 전략 목표를 공개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벤츠의 서브 브랜드인 마이바흐 AMG, G와 전기차 브랜드인 EQ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고 판매 강화 전략을 수립하여 수익을 최대화하고자 하였습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벤츠는 판매하는 전 차종을 Top-End, Core, Entry 3개 그룹으로 나누었습니다.

 

서브 브랜드 차량에 벤츠의 S Class와 전기차인 EQS와 EQS SUV를 Top-End로 설정하여 이 부분 판매 확대에 중점을 두어 왔고, 2023년까지는 그런대로 성공했습니다.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리소스를 집중하면서 2022년부터 2030년까지 400억 유로 약 60조 원을 투입한다고 했습니다.
플랫폼 전략에서 벤츠는 내인 기관 플랫폼을 이용하여 EQC, EQA, , EQB를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Electric First 전략의 일환으로 EQS, EQE 등 상위 차량에 전기차 전용인 EVA 플랫폼을 4년 걸려 개발했습니다.
중형차와 콤팩트카용으로 개발된 MMA 플랫폼은 내년 양산 예정인 CLA에 처음으로 적용됩니다.
여기에 amg 전기차와 밴 전기차용 플랫폼도추가했습니다.

전기차 생산과 관련하여 벤츠 도 테슬라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수직 통합 전략을 도모해 왔습니다.

 

30년까지 배터리 소유 요량이 200 GWh에 달할 것이라고 판단하여 주요 전략적 파트너인 CATL Farasis, Sila Nano와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통해 기술을 개발하고 세계에 8개의 배터리 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도 수립했습니다.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는 차량 OS인 MB.OS를 벤츠가 독자적으로 2024년까지 개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벤츠가 그렸던 미래와는 달리 세계 경제의 침체와 전기차 판매 CHASM 현상이 나타나면서 전기차 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전기차와 수익성 높은 Top-End 모델 판매가 감소하고 있고, 중국 NEV 시장에서 벤츠의 경쟁력이 약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이 현상은 구조적인 것으로 단기간에 수술 효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므로 벤츠가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 1~9월간 벤츠의 전기차 판매는 전년비 3.3% (78,887대) 증가했지만 BMW의 36.7% (124,314대)에 비하면 매우 열세한 수준입니다.
당장 올해 유럽 시우트 배출가스 규제 만족과 내년부터 다시 강화되는 규제를 만족하려면 전기차를 더 판매하든지 내연기관차 판매를 줄여야 하는 리스크가 바로 눈앞에 있습니다.

보다 본질적인 위기는 판매와 매출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시장에 있습니다.
독일 럭셔리 업체들은 오랫동안 내연기관을 앞세워 중국 시장에서 엄청난 수익을 창출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규모는 작아지고 있고 시간이 흐를수록 NEV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벤츠의 NEV 경쟁력 회복은 아직도 멀어 보입니다.
이 시장에 테슬라와 NIO, 샤오펑, Li Auto는 물론 화웨이 등 IT 업체가 기존 업체와 공동으로 만든 브랜드, BYD 등 기존 업체가 새로 론칭한 프리미엄 브랜드, 그리고 샤오미가 가세하면서 벤츠는 리더십을 잃어왔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벤츠의 NEV부진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1월부터 10월까지 벤츠의 전기차 판매 대수는 1만 5천대로 SERES와 화웨이와 공동 브랜드인 AITO의 5%도 안 되고 있습니다.
중국 고객들은 여전히 내연기관차에 대해서는 독일 3사의 위상을 크게 인정하고 있지만, NEV에 대해서는 테슬라 다음으로 중국 업체를 높게 인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다음 차를 구입할 때 선호하는 브랜드 조사에서 럭셔리 차를 운전하고 있는 고객까지도 테슬라, BYD, Li Auto를 먼저 거론하고 있습니다.

 

NEV로 바꿀 때 처음 선택하는 브랜드

벤츠는 BMW에 비해서도 떨어지고 있어 위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벤츠 전기차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첫 번째 문제는 높은 가격입니다.

벤츠뿐만 아니라 BMW, 아우디 등 독일 전기차 가격 매우 비싼 편입니다.

 

저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하여 NIO와 샤오펑은 저가 브랜드를 론칭했고, 샤오미, Zeekr 등은 저가격을 앞세워 테슬라를 공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벤츠는 이러한 트렌드와는 달리 AMG, Maybach, G의 서브 브랜드를 전기차로 만들다 보니 고가격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두 번째로는 상품 전략과 개발 방법, 개발 스피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BMW는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차인 i3와 iX3를 추가하는 등 상품 전략으로 전기차 판매에서 벤츠를 앞서고 있습니다.
또한 BMW는 전기차에서도 브랜드 전략을 명확히 하고 있는 반면, 벤츠는 엔지니어들이 연비를 중시하는 전략으로 개발하다 보니 상품 콘셉트도 변해버렸습니다.
예를 들면 EQS는 공력 특성을 중시하여 리어 루프 부위를 낮게 만들다 보니 뒷좌석의 헤드룸이 낮아져 중국 고객들이 불만이 있었고, 대폭적인 가격을 할인을 해도 월 100대도 못 팔고 있습니다.

 

또한 벤츠는 개런티형 개발 방식에 충실하다 보니 중국 로컬 업체의 개발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벤츠가 전기차로 맨 처음 론칭했던 EQC는 상품 경쟁력 열로 지금은 단종했지만 바로 후속 모델로 연결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벤츠는 이를 극복할 핵심 병기로 BMW의 Neue Klasse처럼 MMA 플랫폼을 처음 적용한 CLA를 2025년에 론칭 계획입니다.
벤츠의 미래는 이 차량의 성공이냐 실패냐에 달려 있다고 보입니다.
최근 발한 자료를 보면 CLA는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탑재할 수 있는 MMA 플랫폼과 독자적으로 개발해 온 차량 OS인 MB.OS를 최초로 적용한다고 합니다만 차량 OS에 대한 소개보다는 플랫폼 특성과 차량 성능 위주였습니다.
이 차량의 가장 큰 USP(Unique Selling Proposition)는 100km 주행의 12 KWh 아워의 전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벤츠는 역시 하드웨어가 강한 회사임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습니다.
CLA는 비전 EQXX에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하여 800V 시스템을 구축했고 10분 충전으로 300km를 갈 수 있다고 합니다.

 

후륜에 200KW 전륜에 80KW의 성능을 갖는 차세대 e-Axle과 85 KWh의 용량을 갖는 삼원계 배터리와 54 KWh의 LFP 배터리 두 가지를 운영합니다. 항속 거리는 WLTP 기준 750km입니다.

 

중국 전기차 업체의 경쟁 축 변화

지금 중국 업체들의 전기차 경쟁은 항속거리에서 충전 시간 단축으로 가고 있고, 리튬이온 전지에서 반고체 전지, 전고체 전지로 경쟁하는 가운데 벤츠 CLA의 성능 우위성은 그다지 눈에 띄는 것이 없다고 보입니다.

 

NVIDIA를 내세우면서 독자계의 발임을 강조해 왔던 벤츠의 소프트웨어가 MB.OS로 CLA에 탑재된다고 하지만 그 레벨은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벤츠의 EQS는 독일과 미국 일부 주에서 레벨 3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번 발표가 글로벌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중국 업체들의 스마트 기술의 상징이 되고 있는 NOA (Navigation on Autopilot) 기술 내용은 아쉽게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하드웨어 사고가 강한 벤츠가 독자적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은 테슬라나 중국의 로컬 업체 개발 방식과는 다를 것입니다.
독일의 아우디도 독자 개발을 추진하다 실패하여 상해기차의 플랫폼으로 차기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벤츠의 차량 OS 개발에도 여전히 불안한 시선이 남아 있습니다.

 

벤츠가 나름 경쟁력 있는 전기차를 론칭하기도 전에 중국 NEV 시장이 다시 급변하고 있다는 것은 벤츠 위기 본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중국 시장이 침체되는 가운데 전기차 판매 증가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 증가 폭은 매우 커지고 있어 1~2년 후 NEV 시장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럭셔리 시장에선 SERES와 화웨이가 공동으로 만든 AITO 등의 브랜드는 EREV (Extended-Range Electric Vehicle)에서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AITO M7

최근 샤오미, 샤오펑도 2026년을 목표로 EREV를 개발하기로 하면서 이 트렌드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벤츠도 서둘러 EREV를 개발해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과 유럽의 고객들은 중국 고객과 다르기 때문에 벤츠의 존재감은 당분간 크게 변할 것 같지 않지만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2~3년 내에 회복하지 못하면 벤츠가 큰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보입니다.

 

출처: 점증되는 벤츠의 위기! 전기차 CLA는 구원 투수가 될 수 있을까?

https://www.youtube.com/watch?v=otmDzAUa7F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