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의 새 주인은?

2024. 12. 26. 19:06전기자동차

반도체 부족 사태가 만든 공급자 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누렸던 짧은 황금기가 지나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판매 감속과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부진, 주력인 미국 시장에서의 재고와 판촉 비용 증가로 경영 성과의 빙하기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GM, 닛산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보쉬 콘티넨탈 등 티어 1 부품업체까지 공장 폐쇄와 대규모 인원 해고를 동반한 구조조정에 폭풍에 휩싸이고 있습니다.
닛산이 왜 망해가고 있는지는 "침몰 위기의 닛산 자동차"를 통해서 소개했습니다만, 이 닛산을 인수하기 위해서 폭스콘으로 잘 알려진 대만의 홍하이가 나섰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자존심이 대만 업체로 넘어가는 것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최근에는 혼다와 경영통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오늘은 이렇게 전개되어 온 이력과 함께 경영통합이 성공할 수 있는지 여부를 분석해 보고자 합니다.
대만의 홍하이 정밀공업은 일본의 샤프를 인수하여 자회사 했던 경험이 있고, 이미 전기차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닛산 인수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닛산에서 3인자였던 세키 준이라는 사람이 이 업체의 CSO, 즉 최고 전략 책임자로 있었는데 이 일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르노는 1999년 경영난에 빠졌던 닛산 주식을 43% 인수하면서 최대 주주가 되었습니다.

 

그리고는 프랑스 정부와 함께 완전 프랑스 회사로 만들려고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닛산은 르노의 영향력이 강한 불평등 조약이라며 오랫동안 대등한 관계로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마침내 2023년 11월 보유한 니산 주식의 22.8%를 단계적으로 처분하기 위하여 일단 프랑스의 신탁 은행으로 옮겼습니다.
이렇게 하여 르노는 지분율을 15%로 낮췄고, 르노 닛산이 각각 15%씩 상호 출자하는 형태로 변경했습니다.

 

홍하이의 세키  준 CSO는 신탁 은행에 예치된 닛산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이 새끼 준 CSO의 이력이 재미있습니다.
2019년 10월 닛산의 사장 지명 위원회는 전 사장의 후임자로 바로 이 세키 준 씨를 천거했지만 사장이 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 43%의 지분을 보유한 르노의 장 도미니크 스나루 회장이 세키는 르노와 닛산 동맹에 역행하는 인물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르노 측의 의견대로 우치다 마고토가 사장이 되었고, 세키 씨는 아시와니 굽타 전 COO와 함께 우치다 사장을 보좌하는 3인자의 자리인 부 COO에 취임했다고 합니다.

 

닛산 CEO 우치다 마코토(상단), 닛산 전 COO아쉬와니 굽타(하단 좌), 닛산 전 부 COO 세키준(하단 우)

같은 해 11월 파리에서 열린 닛산 르노회의에서는 르노의 스나르 회장이 세키 COO에게 다음부터는 회의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고, 회의 후 식사 자리에는 세키 부 COO의 자리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하나라는 말을 주변에 흘린 세키 씨는 이듬해 12월 닛산을 그만두고 일본 전선 (NIDEC)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그 홍하이로 자리를 옮긴 새끼주는 닛산 주식의 흐름을 보면서 인수할 계획을 세웠고, 파리에서 르노의 루카 데메오 CEO와 회담을 예정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때 르노에 의해 자본의 논리로 닛산 사장 취임이 막혔던 세키 준이 르노가 사실상 내어준 닛산 주식의 인수로 복수를 노리는 형국이 된 것입니다.
그러나 망해가는 닛산이라 해도 일본의 닛산 자동차는 도요타와 함께 일본 자동차 산업을 견인해 왔던 존재였습니다.
프랑스 르노에 이어 다시 대만의 홍하이로 넘어가는 것에 대해 정부나 자동차 업체들은 매우 불편했을 것입니다.
일본 자동차 업체는 7개 사가 있습니다만 사실은 도요타 연합과 닛산 연합, 그리고 혼다 3개 그룹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도요타는 이미 다이아스를 100% 자회사로 만들었고, 스바루, 마즈다, 스즈키를 도요 연합으로 만들어서 닛산을 인수하거나 합병하는 은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일본 업체에서의 선택은 당연히 혼다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 두 업체의 경영 통합은 숫자상으로 813만 대가 되지만 경영 성과를 기준으로 보면 약자의 연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보입니다.

 

혼다원 닛산의 판매는 2018년 이후 계속 감소해 왔는데 그 감소 폭은 각각 120만 대,  200만 대로 매우 큽니다.

 

올 상반기 혼다의 영업이익률은 오토바이 부문이 18%, 자동차 부문이 3.6% 합쳐서 6.9%입니다.
자동차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부터 2021년까지 1%대였지만 2022년에는 적자로 전락했다가 반도체 부족 사태가 진정되면서 2023년에 흑자로 전환할 수 있었습니다.

 

닛산의 영업이익률은 2019년, 2020년 적자에서 올해 상반기에는 엔저 영향 등으로 0.5%로 적자를 면한 상태입니다.
영업이익률이 8% 정도가 되어야만 지속 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 투자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판매 감소와 낮은 영업이익률 때문에 양사는 올 3월부터 전기차와 SDV 분야에서 개발 기간 단축과 투자비 절감을 위한 공동 개발을 하기로 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약자 간의 경영통합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경영 통합이라는 것은 혼다와 닛산을 통괄하는 지주회사를 만들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양사가 대등한 입장에서 경영 통합을 하는 것으로 일본 문화가 그 기저에 깔려 있다고 보입니다.
일본인은 어릴 때부터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문화를 중시해 왔습니다.

 

혼다와 닛산 두 회사가 모두 기술 지향성이 강한 편이기 때문에 충돌을 피하기 위해 혹은 직원들에게 주는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온건한 통합의 형태를 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대등한 입장에서 경영 통합을 추진해 성공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대등한 입장을 전제로 하면 반드시 상대방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구조조정하는 데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닛산이 개발한 중국 전용 전기차 개발 기간은 40개월이었는데, 중국 업체들은 20개월 이내로 개발하고 있어 이런 통합 방식으로는 양사 통합 의미도 없고 경쟁에서 이길 수도 없게 될 것입니다.

 

닛산의 신형 전기차 N7

판매 대수나 경영 성과, 하이브리드 등 기술 면에서 우위에 있는 혼다가 주도되어 현대차 그룹의 정몽구 회장의 리더십이나 이전에 닛산을 완전히 장악하고 부활시켰던 카를로스 곤 회장의 경영 방식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가능하다면 일본인이 아니고 이번에 스텔란티스에서 해임된 타바레스 같은 구조조정의 신 같은 경영인이라면 더 좋을 것입니다.

 

스텔란티스 전 CEO 카를로스 타바레스

현대차가 기아를 인수할 때 1999년 당시 양사의 브랜드 위상이나 차량 라인업 판매 시장에서 비슷한 점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지금 글로벌 3위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이 무엇인지를 혼다와 닛산은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현대가 기아의 브랜드를 유지하면서 인수하고 성공한 요인에는 브랜드, 디자인, 마케팅, 영업 부문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게 했지만 나머지 부분은 개발 리소스를 포함한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한 결과였습니다.

 

또한 인력에 대해서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고정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소를 일원화하여 플랫폼을 공유하고 공동 개발이나 제품 공통화를 통해 개발 비용과 원가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반대로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기술 개발이나 해외 파트너와 조인트 벤처에는 현대차만 하는 것이 아니라 기아와 필요하면 모비스까지 함께 투자하면서 투자비를 경감시킬 수 있었습니다.
말로는 아주 쉽고 상식적인 방법이지만 실행하는 데는 그리 쉽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현대차 방식이 혼다가 닛산을 살릴 수 있고 같이 성장하는 강력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혼다와 닛산은 차를 판매하는 시장도 미국과 중국에 편중된 편이고, 도요타나 현대차 그룹에 비하면 판매와 마케팅이 약한 편입니다.
도요타와 특히 기아의 경우 현지에서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마케팅 연구소와 상품 기획을 설득하는 힘이 컸고, 부문 간 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 잘 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9년 벤츠가 크라이슬러를 인수 합병하면서 400만 대 클럽에 가입하지 못하면 생존하지 못한다고 했던 유행어가 생각납니다.
지금은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테슬라와 중국 업체들의 강점인 소프트웨어 기술 혁신과 개발 기간 단축의 시간 싸움이 생존을 가르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2040년 자동차 수익의 40%는 자율주행, 커넥티드 등 소프트웨어 분야가 차지할 것이라는 추산도 있습니다.
미쯔비시를 포함한 혼다, 닛산의 연합 판매 대수 800만 대는 과거 M&A방식의 규모의 경쟁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고객을 확보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기반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혼다와 닛산이 새로운 강자로 부각하려면 이러한 영역에서 개선이 아니라 철저한 개혁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일본 문화 특성, 양사 조직 문화 차이, 강력한 리더 부재의 현상을 고려해 보면 개혁 추진의 기대는 그리 높지 않게 보입니다.
이런 점이 경쟁자인 한국차 업체에게는 다행인지도 모르지만 향후 혼다와 닛산의 통합 검토 추진이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겠습니다.

 

 

 

 

출처: 닛산의 새 주인은 대만의 Foxconn? 일본의 혼다? 아니면 제3자?

https://www.youtube.com/watch?v=RVe7zPcfB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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