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 10:15ㆍ전기자동차
요약: 벤츠는 창립자인 칼 벤츠 (Karl Benz)가 세계최초의 가솔린차량을 개발한 이래 100여 년간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 리더로서 군림해 왔다. 그러나 미래 모빌리티의 축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면서 그 위상을 전기차 기업들에게 빼앗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벤츠는 2022년 CES에서 발표한 Vision EQXX를 통해 벤츠가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경쟁력을 갖추려고 하는지를 보여주었다.
테슬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일부 자동차 회사들과 달리 벤츠는 테슬라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테슬라보다 더 나은 디자인과 기술력을 준비하고 있다.
모빌리티분야의 참가 비중이 증가하는 CES
CES는 소비자 가전 전시회 (Consumer Electronics Show)의 약자로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정보 통신 기술” (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융합 전시회입니다.
1967년 미국, 뉴욕시에서 시작되었으며, 1978년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여름 CES와 시카고에서 열리는 겨울 CES로 격년제로 운영되다 1995년부터는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개최지를 옮겨 진행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중국의 상하이에서 별도로 CES ASIA라는 타이틀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 CTA (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가 주관하는 CES는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가전제품 위주의 전시가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독일 베를린 국제가전박람회(IFA : 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나 ‘컴덱스(Comdex : Computer Dealers Exposition)’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았습니다.
2010년에 들어서면서 CES 주최 측은 IT산업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TV를 위시한 가전제품들이 급격하게 발달한 ICT(정보통신) 기술과 결합하기 시작하였고 주최 측은 이 변화에 대응하여 전시회 자체의 테마를 ‘제품’에서 ‘기술’로 변모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CES는 더 이상 가전제품만이 아니라 전기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등 미래자동차와 드론, 인공지능, 로봇 등 ICT 분야의 최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 및 기관들이 이뤄낸 기술적 성과들을 매년 초 공개하는 세계 최대의 기술 전시회로 변모하였습니다.
특히, 모빌리티 분야에 대한 중요성과 기술의 발전이 대두되면서, 자동차 관련 업체들의 참여 비중이 크게 확대되었습니다. CES가 개최되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는 지난해 웨스트홀이 추가되었는데, 이곳은 모빌리티를 위한 전용 전시관으로 사용되고 있을 만큼 모빌리티 관련 참가 업체의 수나 규모가 크게 증가했고 많은 자동차 회사들이 CES를 통해 자사의 최신기술과 미래의 기술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비전 EQXX: 미래 모빌리티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는 벤츠의 생존 공식
작년 ‘CES 2022′의 모빌리티 관련 발표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발표는 메르세데스벤츠 (이하 벤츠)의 전기 콘셉트카 ‘비전 EQXX(이하 EQXX)’였습니다.
그 이유는 기존 자동차회사들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살아남을 방법이 벤츠가 발표한 EQXX에 거의 다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만의 모빌리티 제국을 건설해 가는 테슬라에 맞서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 어떻게 살아남고 승리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향이 전부 나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벤츠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던 것은 ‘제품’을 통해 자신들이 무엇을 어떻게 해 이기겠다는 메시지가 매우 구체적이고 명확했기 때문입니다. CES 2022의 일부 다른 자동차회사 발표는 추상적이거나 희망사항을 얘기한 것들이 있었는데요. 벤츠는 눈에 보이는 제품을 통해서 실현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기 때문에 그들의 전략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벤츠는 창립자인 칼 벤츠 (Karl Benz)가 세계최초의 가솔린 자동차인 페이턴트 모터바겐 (Patent Motorwagen)을 개발한 이래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 산업의 기술 리더로서 군림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래 모빌리티의 축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옮겨가면서 그 위상을 전기차 기업들에게 빼앗기고 있고 프리미엄 차량 판매량에서도 2021년에 이어 2022년에도 BMW에 밀리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벤츠는 신형 전기 콘셉트카 EQXX 발표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경쟁에서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뿐 아니라 테슬라 등의 강력한 경쟁자들과 맞설 전략을 선보였습니다.
테슬라에 맞서는 것은 결국 기존 자동차업계의 고급차 브랜드 몫이 될 것이다
이번 벤츠의 발표는 전기차 보급, 전기차에서 큰돈을 버는 비즈니스가 고급차 부문에서 먼저, 그리고 대대적으로 시작될 것임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테슬라에 맞서서 돈을 벌고 승리하려면, 대중차보다 고급차에서 먼저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사실 벤츠는 기존 자동차회사 가운데 가장 빨리 테슬라 대응에 나섰습니다. “시장 상황이 허락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았기 때문에 시한이 바뀔 가능성은 있지만 202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를 내놓지 않겠다고 했고, 2030년부터는 전기차만 생산한다고 밝혔습니다.
마르쿠스 쉐퍼 메르세데스-벤츠 최고기술책임자(CTO)는 2022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3년 출시되는 E클래스가 엔진용으로 개발된 마지막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연기관차 생산 중단을 시사한 바 있고 2026년까지 내연기관 엔진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에 대한 투자를 80%가량 줄이고, 전동화에 400억 유로(약 54조 원)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이처럼 벤츠가 가장 빨리 움직이는 이유는 테슬라의 대두가 벤츠처럼 프리미엄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에 특히 위협적이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차량은 고급형인 모델 S, 모델 X뿐 아니라, 보급형인 모델 3, 모델 Y까지 사실상 프리미엄에 속한다는 겁니다. 대중차 메이커에는 아직 다가올 위협이지만, 벤츠같은 프리미엄 회사에는 이미 심각한 위협입니다.
테슬라는 2020년 50만 대, 2021년 94만 대, 2022년 131만 대를 팔았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중국 상하이 공장에 이어, 미국 텍사스와 독일 베를린 공장이 본격 가동하고 있기 때문에 2023년에는 180만 대 판매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프리미엄 자동차의 대명사인 벤츠와 BMW의 연간 세계 판매량이 각각 200만 대를 조금 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테슬라가 2024년쯤엔 세계 프리미엄 자동차 가운데 판매량이 가장 많은 브랜드가 될 것입니다. 게다가 테슬라는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판매량의 증가는 고스란히 수익성 향상으로 이어질 겁니다.
‘테슬라 쇼크’에 벤츠가 가장 격렬히 반응하는 이유를 렉서스의 100% 전기차 전환과 연관해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2021년 12월 도요타는 2030년 자사의 연간 전기차 판매목표를 200만 대에서 350만대로 대폭 늘리면서, 특히 자사 고급차 브랜드인 렉서스에 대해 2030년까지 주력시장인 유럽·북미·중국에서 100%, 2035년까지 모든 시장에서 100% 전기차로만 팔겠다고 밝혔는데요. 2023년 4월 1일 새로 취임한 사토코지 신임 CEO 역시 2030년 100만 대의 렉서스 EV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2035년에는 모든 렉서스 차량을 EV로만 출시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것이 있습니다. 2021년 발표에서 렉서스 담당 임원이 렉서스가 100% 전기차로 가는 이유를 “고객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는 겁니다.
이 내용을 더 얘기하기 전에 먼저 도요타의 탄소 중립 전략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22년 5월 실적 발표회에서 도요타의 마에다 마사히코 부사장(CTO)은 지역 밸런스를 도요타의 강점으로 꼽았습니다. 위 그래프에서 보시는 것처럼 유럽에 판매가 편중된 경쟁업체 A사 (VW으로 추정)와 미국에 편중된 B사 (GM으로 추정)에 비해 도요타는 지역별 판매 비중이 이상적입니다. 이상적인 지역 비중이 의미하는 것은 다양한 탄소 중립의 모델 선택이 필요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신재생 에너지로 생활이 가능한 지역,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지역, 전력 수급 자체가 원활하지 않은 지역 등 세계 각지의 에너지 상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판매 비중이 고른 도요타입장에서는 충전 인프라와 재생 에너지 여건이 갖춰진 지역뿐만 아니라 사막, 극지 등의 환경까지 고루 대응해야 합니다. 즉 무작정 전기차로의 전환을 시도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도요타는 내연기관, HEV, PHEV, 수소연료전지·바이오연료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추구해 왔습니다.
이처럼 전기차로 급하게 전환하는 것을 원치 않는 도요타도 렉서스만큼은 100% 전기차 전환을 공언을 했습니다. 도요타가 시장 조사를 한 결과, 고급 차일수록 100% 전기차로 가는 시기를 앞당길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부자일수록 전기차’라는 상관관계가 확실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겁니다. 벤츠와 아우디가 전기차 전환에 가장 적극적인 이유, 그리고 현대자동차도 자사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가 2025년 이후 출시하는 모든 신차를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포함)로 바꾼다고 밝힌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고급 차일수록 전기차로 가야 하는 이유
그럼 왜 부자일수록 점점 더 전기차를 원하게 된다는 것일까요? 환경규제 대응을 위한 것이 당면 과제이긴 하지만, 환경에 친화적이라고 해서 고객들이 꼭 전기차를 택할 리는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 이유는 부자들이 자동차에서 원하는 가치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와 잘 맞는다는 것입니다. 그들이 자동차에서 원하는 것은 필요할 때는 여느 차보다 강력한 힘, 평소엔 안락한 승차감과 매끄러운 주행감입니다. 파워면에서 내연기관차가 더 강력할 것 같지만, 전기차가 더 강력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가속성능보다 더 중요한 게 주행 시 안정감·매끄러움입니다. 고급 내연기관차를 만들어왔던 회사는 차가 울컥거리지 않고 운전자 의도에 따라 움직이게 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노력해도 내연기관차가 전기차의 매끄러움을 이기기 어렵습니다. 구조적 한계 때문입니다. 전기차는 전기신호에 따라 모터가 즉각적으로 바퀴를 굴리지만, 내연기관차는 연료가 엔진의 실린더 안으로 들어가 폭발한 뒤 피스톤을 밀어내 크랭크축을 돌리고, 그 힘이 톱니바퀴·벨트로 연결된 변속기나 긴 샤프트 등을 거쳐 바퀴로 전달되는 구조입니다. 구동을 섬세하게 조절하고, 운전자 의도에 따라 차량이 즉각적이면서도 매끄럽게 반응하도록 하는 것은 내연기관차가 전기차를 따라가기 어렵습니다.
강력한 성능, 매끄러운 주행체험은 특히 고급 차 고객이 언제나 원하는 바입니다. 고급 전기차를 타본 이들이 다시는 고급 내연기관차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옵니다. 자동차 분야에서 ‘고급’이라는 단어와 ‘전기차’라는 단어가 점점 동의어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앞으로 나올 고급 전기차들은 단순한 전기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통합제어하고 모든 기능을 OTA(Over The Air·무선 업데이트)로 개선하는 ‘전기 SDV(Software Defined Vehicle)’가 될 텐데, 이것이 특히 고급차 고객에게 강력한 구매 포인트가 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테슬라는 이미 전기 SDV입니다. 하지만 보급 대수가 아직 많지 않고, 여러 이유로 테슬라도 자사의 SDV(테슬차 차량)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충분히 시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4년쯤부터는 벤츠를 시작으로 다양한 고급 차 회사 차량이 대거 SDV로 바뀌어 나올 텐데, 이때에 어느 회사의 SDV가 더 완성도가 높고 만족감을 주느냐가 진짜 승부처라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테슬라가 그 시점에서 앞서 나갈 가능성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테슬라가 SDV시장 전체를 장악하는 것은 어려울 것입니다. 2024년 이후에 예를 들어 벤츠 같은 회사가 자사 차량 전체를 완벽한 OTA가 되는 SDV로 바꿔 고객의 만족을 얻을 수만 있다면 승산이 있다는 겁니다.
OTA를 통해 각종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즐길 수 있고, 차량 기능이 큰 폭으로 개선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특히 고소득 계층에 해당 차량을 구입할 강력한 동인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고객일수록 차량에 있는 시간에도 뭔가 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 하고, 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자동차에서 프리미엄의 가치를 원하는, 그런 가치를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더 많은 돈을 지불할 고객들에게 전기 SDV가 당연한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메이커 입장에서 이런 전기 SDV를 고급차부터 제공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는데요. 최고 수준의 OTA를 하려면 차량의 전기·전자 플랫폼이 완전히 바뀌어야 할 뿐 아니라 중앙에 고성능 컴퓨터가 탑재돼야 하는데, 원가가 만만치 않습니다. 테슬라는 전차종에 고성능 컴퓨터를 기본 탑재하지만 이건 테슬라이니까 가능한 일이죠. 업계에서 추정하는 이 컴퓨터의 대당 원가는 200만 원 수준입니다.
기존 자동차업계에서는 이런 비싼 컴퓨터를 일괄 탑재하기가 어렵습니다. 원가 200만 원짜리를 보급형 소형차에 달 수는 없겠지요. 자동차 업계는 100~200원짜리 부품을 넣고 빼느냐를 놓고 부서끼리 치고받고 싸울 만큼 극한의 원가절감을 추구합니다. 기존 업계에서 고성능컴퓨터 원가를 감당할 영역은 고급 차 밖에 없다는 겁니다.
정리하면 ‘전기 SDV로의 이행은 고급 차 쪽에서 먼저 시작될 것이다. 메이커 간 전기차 격전도 고급 차 부문에서 크게 일어날 것이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문에서 벤츠가 어떻게 이기겠다는 것인지가 이번 EQXX 발표에 담겨 있습니다.
벤츠는 테슬라 방식을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더 나은 전략이 없다면, 빨리 따라가는 쪽이 전체 시장에서 이길 확률이 높다
아직도 기존 자동차 업계 사람들은 테슬라의 어떤 점을 비난하거나 문제점 위주로 보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조립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재질이 조악하다거나 제품 신뢰성이 낮다는 등의 내용이죠. 이제는 아닐 것 같지만, 아직도 그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꼭 잘못됐다는 건 아닙니다. 테슬라에 맞설 그들만의 더 나은 전략이 있다면 말입니다. 하지만 어떤 확실한 대응 전략을 갖고 있느냐가 진짜 문제이겠죠.
벤츠를 보면 그와 정반대입니다. 철저히 테슬라 방식을 따라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이번 EQXX 발표에서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더 나왔는데요. 차체 뒤쪽의 하부 구조를 하나의 조각으로 다이캐스팅(주조)해 만들었다는 겁니다. BIONEQXX라 명명된 이 구조물은 기존 자동차회사에서 볼 수 없었던 기괴한 구조입니다. 중간에 구멍이 뻥뻥 뚫려 있어 마치 유기적 구조물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강도를 유지하는 범위에서 무게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이러한 구조로 제작했고 기존 부품대비 15~20%의 무게 절감효과가 있어 더 적은 배터리를 싣고도 더 멀리 갈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이것은 테슬라가 차체 뒤쪽 하부구조를 알루미늄합금을 녹여 다이캐스팅하는 방법인 ‘기가 캐스팅’을 참고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지금까지 자동차업계는 테슬라와 같은 기가 캐스팅을 쓰지 않고, 여러 조각의 금속판을 용접하는 방식을 사용해 왔습니다.
벤츠는 지금까지 보쉬, 콘티넨털 같은 독일의 메가서플라이어에 의존하는 수평분업 구조를 선호해 왔는데요. 전기차에서는 테슬라처럼 핵심기술 대부분을 내부에 두는 내재화, 수직통합구조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전기차 파워트레인 개발을 기획에서 개발·구매·생산까지 내부에서 도맡는 식입니다.
또 벤츠 신차에 2024년부터 탑재될 자체 운영체제(Operating System)인 ‘MB.OS’ 개발이 진행 중인데, 이미 내부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7000명이 투입됐습니다. 자율주행 시스템과 운영체제는 미국의 GPU·AI 기업인 엔비디아와 협업하고 있지만, 협업은 하되 벤츠의 독자 OS를 개발하는 것입니다. 벤츠는 이 OS의 손발 역할을 해줄 차량 구조, 즉 중앙집중형 고성능 컴퓨터를 탑재한 전기/전자(E/E) 아키텍처(architecture)도 함께 개발하고 있습니다. 양쪽의 완성형이 2024년 벤츠 신차에서 등장할 예정인데요. 이 모든 행보는 테슬라가 지금까지 해온 것을 따라가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건 벤츠 수준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오히려 반대입니다. 벤츠는 자동차업계에서 소프트웨어 관련 이해도나 실력이 가장 높은 회사로 알려졌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테슬라의 위협이 얼마나 심각한지 미리 깨닫고, 남보다 더 빨리 쫓아가는 전략을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대의 전략이 뛰어날 경우,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상대보다 더 뛰어난 전략을 만들거나, 아니면 상대의 전략을 남들보다 더 빨리 쫓아가는 것입니다. 벤츠는 첫 번째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남들보다 빨리 깨닫고 두 번째 전략을 취해 이길 방법을 준비하는 셈입니다.
벤츠의 이런 전략이 어쩌면 승리할 가능성이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테슬라와 같은 전략, 즉 고성능 컴퓨터로 중앙에서 통합제어하는 차량에 자체 OS를 얹어 OTA로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구조, 이를 위한 사업의 수직통합구조를 빠르게 따라가는 것과 함께, 여기에 벤츠만의 장점을 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자인과 기술, 양쪽 모두에서 테슬라에 맞설 수 있어야 한다
벤츠가 이번에 내놓은 EQXX에서 벤츠가 어떻게 테슬라에 맞서 미래에도 프리미엄 지위를 이어갈 것인지가 명확하게 나타납니다. 무엇보다 내·외관 디자인에서 럭셔리란 어떤 것인지 정의하며 탁월한 실력을 보여줬습니다.
요아나 야리쉬 칼라&트림 크리에이션 디자이너는 “EQXX에서 우리는 럭셔리의 의미와 필(feel)을 재정의하려고 했다. 그것은 자연과 더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도어 안쪽의 개폐 손잡이가 천으로 돼 있는데 식물성 실크로 만들었다. 카펫은 대나무, 시트·도어트림은 선인장과 버섯 소재로 만들었다. 인조가죽을 포함해서 내장재는 100% 애니멀 프리(Animal Free)”라고 말했습니다.
외관 디자인의 경우 삼각별이 붙은 기존의 거대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사라졌지만, 오히려 더 날렵하고 우아한 모습을 만들어냈습니다. 전기차는 앞쪽에 크고 무거운 엔진이 없기 때문에, 보닛 높이를 극단적으로 낮춰 최대한 날렵한 유선형 구조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 자동차는 디자인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도 앞서야 합니다. 놀라운 것은 전비(전기차의 연비)였습니다. 100 KWh(킬로와트시)의 배터리를 탑재했는데, 1회 충전으로 무려 100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고 합니다. 전비로 따지면 1 KWh로 10km 이상을 달릴 수 있다는 얘기인데, 현존하는 전기차 가운데 가장 뛰어난 수준입니다. 기존 전기차 가운데 가장 뛰어나다는 테슬라 모델 3가 1 KWh로 6.1km 정도를 달릴 수 있습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가 1000km나 되는 것은 공기저항 계수를 0.17로 낮추고 배터리 패키지를 완전히 새로 설계해 무게를 줄여 에너지 밀도는 높인 덕분입니다. 특히 공기저항 계수를 0.17로 낮춘 것이 대단합니다. 내연기관차보다 형상을 더 매끄럽고 낮게 만들기 쉬운 전기차의 공기저항 계수가 낮긴 한데요. 그렇다 해도 0.2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입니다. 업계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테슬라 모델 3의 공기저항 계수도 0.23입니다.
공기저항 계수를 줄이면 전비 향상으로 직결됩니다. 시속 120~130km 정도로 달린다면, 에너지의 3분의 2 정도를 공기저항을 이겨내는데 소모하게 되는데 EQXX는 공기저항을 크게 줄임으로써, 같은 전기에너지로 더 멀리 갈 수 있게 된 겁니다.
EQXX의 주행거리 상승을 가능하게 한 또 다른 기술로는 에너지효율입니다. 즉 배터리의 전기에너지를 바퀴의 구동력으로 보내는 비율이 기존 전기차들은 75% 수준인데 EQXX는 이를 95%로 극한까지 끌어올렸다고 합니다. (참고로 내연기관차는 연료의 에너지가 구동으로 전달되는 비율이 35% 정도, 이상적 조건에서 최고 성능을 내는 경우도 40% 정도입니다.)
게다가 EQXX는 900 볼트 충전시스템을 탑재해 시간당 300KW 정도의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EQXX의 배터리 용량이 100 KWh이니까, 단순 계산으로는 배터리가 완전히 빈 상태에서 풀충전까지 20분밖에 안 걸립니다.
물론 EQXX는 콘셉트카이기 때문에, 현존하는 모든 기술력을 투입해 성능을 끌어올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양산차인 테슬라 차량 등과 비교해 더 뛰어나다고 말하는 게 불공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EQXX는 단순한 콘셉트카가 아닙니다. 벤츠 측에서는 “양산을 계획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러면서도 “EQXX가 벤츠가 앞으로 내놓을 신형 전기차에 투입할 기술의 방향을 보여준다”고도 말했습니다. 시간문제일 뿐 EQXX에 탑재된 기술이 실제 벤츠 양산차에 앞으로 적용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얘기입니다.
EQXX의 놀라운 공기역학 구조와 각종 기술이 실제 양산차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정도로 에너지효율이 높다면, 굳이 100 KWh가 아니라 50 KWh의 배터리만 탑재해도 충분할 겁니다. EQXX의 차량 무게는 1750kg, 그 가운데 배터리 무게가 480kg인데요. 이 배터리 무게도 기존 차량보다 많이 가벼운 것이지만, 만약 100 KWh의 배터리를 절반으로 줄인다면, 배터리 무게가 240kg이 될 테고, 차량 전체 무게는 1500kg 정도가 되겠죠. 차가 가벼워지니 전비는 물론 운동성능도 더 좋아질 겁니다. 전기차의 최대 단점이 무겁다는 것인데요. 차량 중량이 1500kg 수준으로 통제된다면, 더 경쾌하고 재미있는 주행을 즐길 수 있을 겁니다.
EQXX의 양산형 차량에 50 KWh 배터리만 탑재한다 해도, 1회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으니 충분합니다. 미래에는 더 많은 곳에 고속 충전기가 설치될 테니, 500km 이상의 거리를 충전하지 않고 달려야 할 상황은 거의 없을 겁니다. 게다가 시간당 300KW의 충전속도라면, 배터리가 빈 상태에서 500km를 달릴 만큼 풀 충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밖에 안 됩니다.
즉 EQXX는 선언적인 의미를 가져야 하기 때문에 100 KWh 배터리로 1회 충전 시 1000km 이상을 달린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지만, 실제 차량에서 이 정도 전비를 낼 수 있다면, 배터리 용량은 그 절반인 50 KWh만으로도 차고 넘친다는 것이죠. 1500kg 정도의 차량 무게에, 50 KWh의 배터리만 탑재하고, 10분 충전으로 500km를 달릴 수 있는 벤츠 전기차가 곧 상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이런 스펙에다 완벽한 OTA와 소프트웨어서비스가 가능한 벤츠 전기차가 현재보다 크게 비싸지 않은 가격에 나온다면, 시장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미래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도 있습니다.
자율주행이 빨리 보급되든 아니든, 미래 차량 특히 고급차에선 AI 음성인식을 통한 인터페이스가 필수가 될 것이다
마르쿠스 쉐퍼(Markus Schaefer) 벤츠 CTO는 “EQXX는 벤츠에 있어서 또한 소프트웨어 드리븐 컴퍼니로 가는 중요한 이정표다. 더 매끄러운 휴먼-머신 인터페이스를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원피스(One Piece) 디스플레이는 자동차와 드라이버가 함께 더 높은 효율을 달성할 수 있게 도와준다.”라고 말했습니다.
마르쿠스 쉐퍼가 더 매끄러운 휴먼-머신 인터페이스를 구현했다고 언급한 대로 EQXX에는 ‘스타 클라우드 아바타’라는 AI기반의 가상 도우미가 도입됐는데요. 이는 음성인식과 자연스러운 대화 방식을 통해 탑승자와 차량이 소통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왜 음성 인터페이스가 자동차에서 효율적이고 꼭 필요해질 것인지 잘 보여주었습니다.
미래 도로는 아마도 다양한 수준의 자율주행차로 채워지게 될 것입니다. ‘다양한 수준’이라는 것은, 벤츠가 자체 OS를 통해 차량 기능 대부분을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는 차를 내놓게 되는 2024년 시점에서도 완벽한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하지 못한 차들이 대부분일 거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스타-클라우드 아바타는 자율주행이 완벽하지 않더라도 큰 장점을 발휘합니다. 차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자율주행을 하거나 외부에 연결돼 다양한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구현하려 할 때, 버튼 등의 물리적 조작 대신에 사람이 말로 차량과 소통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한적으로만 자율주행이 가능한 차량일수록, 차량이 주행을 맡는 구간과 운전자가 개입하거나 운전을 떠맡아야 하는 구간의 연결 시점에서 차량과 운전자 사이의 긴밀한 소통이 필수입니다.
2024년의 시점에서 예를 들어 생각해 보겠습니다. 아직 시내도로에서는 완벽한 자율주행이 안되지만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제한적으로 자율주행하는 경우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번잡한 시내도로로 나가기 직전입니다. 운전자는 잠시 다른 일 하느라 바쁩니다. 벤츠의 스타-클라우드 아바타’는 운전자에게 운전 권한을 가져가 달라고 ‘말’로 요청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 운전자는 “1분 뒤에 권한을 넘겨받을게”라고 차량과 음성으로 소통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차량은 1분 뒤의 운전자에게 권한을 넘겨주는 것을 예상하고, 주행 상황을 스스로 조절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 다른 예로 차량이 가능한 한 추월하지 않는 모드로 달리는 경우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운전자가 급할 경우, 차량과 말로 소통할 수 있습니다. “앞쪽의 빨간색 픽업트럭을 추월해 줘”라고 말하는 식으로요. 그럼 별도의 조작을 하지 않더라도, 한 번에 한해 추월을 시도할 수 있겠죠. 완벽한 자율주행이 되기 이전 상황이더라도, 제한된 자율주행, 혹은 진보된 주행지원시스템만으로라도, 차량과 운전자 사이의 매끄러운 음성 인터페이스와 잘 연결만 되어도 소비자에게 상당한 만족을 줄 수 있습니다.
‘스타-클라우드 아바타’ 같은 시스템을 통해, 번거롭고 물리적인 인터페이스를 최소화하면서 몇 가지 간단한 음성 명령어를 실행하는 것만으로 차량에 복잡한 지시를 내릴 수 있습니다. 이것이 중요한 것은 명령 자체가 복합적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아 음성으로 소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자연스러운 소통, 즉 완성도가 관건이겠지요. 이 부분에서 어떤 회사가 제대로 음성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지가 승부처가 될지 모릅니다. 음성인식 인터페이스는 아직 대부분 회사가 초보 단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벤츠가 2024년 이후 자사 차량을 전기 SDV(Software Defined Vehicle)로 바꾸면서, ‘스타-클라우드 아바타’ 기능을 통해 사용자에게 충분한 만족감을 줄 수 있다면, 벤츠의 매력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습니다. 즉 당장 고급차 회사들이 집중해서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부분은 음성인식을 통한 차량·운전자 간 인터페이스 같은 차량 자체, SDV가 됐을 때의 소비자 만족을 극대화하는 부분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자동차에서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그 자체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CES 2022 EQXX 발표에서 아담 알소프 (Adam Allsopp) 메르세데스 AMG 하이 퍼포먼스 파워트레인(HPP) 선행기술 디렉터는 “100km 달리는데 한자릿수 KWh(즉 1KW로 10km 이상을 달린다)라는 목표를 달성해야 했다. 더 가볍고 작은 공간에 더 많은 에너지를 담기 위해 배터리 패키지를 처음부터 새로 설계했다. 하드·소프트웨어 양쪽으로 큰 혁신이 있었다. 영국 브릭스워스의 HPP 개발센터와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벤츠 개발센터가 협업했다. 퍼즐의 마지막은 모터였다. 벤츠가 포뮬러원에서 쌓은 기술력이 반영됐다”라고 말했습니다.
즉 벤츠의 EQXX 발표에서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벤츠가 테슬라에 맞서 명성을 지키고, 미래 시장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 ‘자동차’ 자체에 집중돼 있다는 겁니다. 자동차에서 다른 영역으로 확장해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 그 자체에 모든 노력이 집중돼 있다는 것이죠.
현재 테슬라가 잘 팔리는 것은 테슬라가 앞으로 보여줄 미래에 대한 기대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당장 1회 충전으로 더 멀리 갈 수 있고, 충전이 편하고, 자율주행은 안되더라도 주행보조기능의 완성도가 높고 편리하기 때문이죠. 또 차량 인터페이스가 심플하면서도 세련됐기 때문입니다. OTA로 큰 폭의 기능 개선이 즉각 이뤄지는 것도 사용자에게 큰 만족감을 줍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제품·서비스 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구조를 다 갖춰야 하지만, 소비자가 느끼는 만족감은 모두 테슬라 차량 자체의 경쟁력에서 오는 것이죠. 벤츠 역시 테슬라에 맞서 승산을 높이려면, 벤츠의 모든 차량을 테슬라 그 이상의 성능과 매력을 가진 전기 SDV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자동차 그 자체에 집중해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빌리티시장이 UAM 등의 자동차 이외의 탈것이나 다른 분야로 확대돼 나가긴 하겠지만, 시장의 성장속도나 실질적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시간이 더 걸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전에 진행될 것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 하드웨어 중심 차량에서 전기차 기반, 소프트웨어로 모든 게 제어되는 즉 전기 SDV로의 전면 이행입니다. 이것에만 집중해 제대로 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벤츠의 쉐퍼 CTO는 “비전 EQXX에서 보여준 새로운 아키텍처는 전기 구동 시스템부터 공기역학, 배터리, 소프트웨어, 사용자경험·인터페이스(UX·UI), 지속 가능한 소재까지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라고 말했는데요. 이 모든 요소를 바꾸는 것은 엄청난 비용과 수고가 들어가는 일입니다. 벤츠는 이미 2021년 7월에 2025년 이후 출시할 신차를 모두 전기 SDV로 만드는 사업전략을 발표하면서, 2022~2030년에 걸쳐 전기차 관련으로만 400억 유로(약 54조 3000억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는데요. 벤츠는 연간 200만 대 남짓 파는 고급차 회사입니다. 연간 1000만 대 파는 폴크스바겐·도요타도 아닌데, 54조 원의 돈을 전기차에 투입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요?
54조 원이라는 돈은 자동차회사 투자비로는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큰 금액입니다. 미래에 대한 자신감과 실력이 없으면, 제대로 쓰기에도 버거운 규모이죠. 벤츠는 이번 EQXX에서도 효율(Efficiency)을 강조했습니다. 신형 전기차의 전비를 극대화하는 것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전환을 바탕으로 신차 개발기간을 크게 단축하고, 개발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식으로 모든 부분에서 효율을 극대화하면서, EV시프트를 준비해 나간다고 밝혔습니다. 즉 극도의 효율을 추구한다는 것, 어느 것 하나 낭비하지 않고 EV시프트를 준비하는데, 연간 200만~300만 대 파는 회사가 54조 원을 쏟아붓는다는 것입니다.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는 뛰어난 전기 SDV를 만드는 것 하나에만 집중하는데도 얼마나 많은 비용과 노력이 드는지를 이것 하나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벤츠의 EQXX에서 보듯, 테슬라에 맞서 자동차 업계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자동차라는 제품 자체를 테슬라와 싸울만한 수준으로 빨리 변화시키는 것입니다. 자동차에서도 다른 영역으로의 확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 자체에서 확장·변화할 영역이 아직도 무궁무진하다는 것입니다.
테슬라가 미래 시장을 다 먹을 것처럼 보이지만, 이제 시작입니다. 테슬라는 그들만의 제국을 건설해 나가겠지만, 14억~15억대의 전 세계 차량 보급 대수에서 SDV(현재 기준으로는 대부분 테슬라 차량)가 차지하는 비율은 아직 0.4%에 불과합니다. 2024년부터 보급이 빨라지더라도, SDV 보급을 통해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열리는 것은 좀 더 시간이 걸리겠죠. 문제는 누가 더 빨리 제대로 된 전기 SDV를 보급하느냐인데요. 벤츠가 EQXX를 통해 그 중요성과 의미를 정확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출처: 벤츠가 테슬라에 맞설 비책, CES 2022 발표에 다 있다 [최원석의 디코드]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2/01/06/3PO7CDJUHJATPBO4Y4PO54R62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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