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6. 19:36ㆍ전기자동차
요약:
지금까지 자동차는 내연기관뿐 아니라 전기차도 하드웨어 성능으로 경쟁을 하는 하드웨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의 자동차는 OTA(Over The Air)를 통해 자동차의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하드웨어 성능까지 개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중심의 SDV (Software Defined Vehicle)가 될 것이다. OTA가 가능한 SDV가 되어야만 앞으로의 전기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고 CASE로 표현되는 미래 모빌리티 혁명의 서비스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자율주행 경쟁보다는 당장 전기차 경쟁에서 주도권을 결정하게 될 SDV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혁명의 전제조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미래 자동차 산업을 얘기하면 많은 사람들이 CASE(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를 언급하면서 모빌리티혁명이나 모빌리티서비스의 장미빛 미래를 얘기합니다. 하지만, 왜 모빌리티서비스의 사업화로 돈 벌었다는 얘기가 안나오는 걸까요?
그 이유는 지금 모빌리티시장 상황이 ‘스마트폰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모바일서비스로 돈을 벌겠다고 다들 나서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려면 그 서비스를 제대로 받아줄 ‘디바이스’가 있어야합니다. 핸드폰 세상에 피처폰만 있는데, 앱 생태계 기반의 모바일서비스가 이루어질 리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모빌리티 혁명의 장밋빛 미래가 오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자동차, 즉 자동차판 스마트폰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가 나와야 합니다.
SDV는 모바일 혁명을 가져온 스마트폰처럼 모든 기능이 중앙에서 통제되고 무선 업데이트로 기능이 개선되고 소비자 만족도가 올라가는, 그런 “스마트폰화한 자동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자동차는 하드웨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가 자동차의 성능은 물론, 감성이나 브랜드 아이덴티티까지 규정하는 시대가 곧 올 겁니다. 그리고 이것은 완전자율주행시대가 오기 전에 자동차 세상을 먼저 바꾸게 될 것입니다.
운전의 책임소재까지 기계로 넘어가는 완전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2030년 전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SDV가 우리의 자동차 생활에 깊숙이 들어오는 것은 그보다 훨씬 빠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SDV에 근접한 테슬라의 압도적인 수익률
이미 테슬라의 차량은 SDV라 봐도 손색이 없습니다. 테슬라의 2022년 영업이익률은 16.8%로 도요타 (6.7%), 폭스바겐 (8.1%)등 기존의 자동차회사들의 영업이익 보다 높습니다. 도요타나 폭스바겐은 아직까지 내연기관이 주 수익이므로 테슬라의 수익률이 어느 정도 인지 좀 더 정확하게 비교하기 위해 2022년에 판매된 EV차량의 판매당 순이익으로 비교해 보겠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시면 테슬라의 수익은 SDV라고 할 수 없는 경쟁사들의 전기차들에 비해 압도적입니다. 팔면 팔수록 적자인 회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순이익면에서 테슬라 다음인 GM과 비교하더라도 4.45배 많은 9574달러입니다.
연간 8000만~9000만 대가 판매되는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2022년에 131만 대를 팔았던 테슬라가 자동차산업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는 원인도, 또한 다른 전기차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이유는 테슬라 차량이 전기차일뿐 아니라 SDV이기 때문입니다.
모빌리티혁명이 오려면 SDV(Software Defined Vehicle) 보급이 우선되어야 한다.
테슬라와 같은 SDV가 등장했다고 우리가 기대하는 모빌리티혁명이 바로 일어나지는 않습니다. 무엇보다 SDV를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생태계가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것은 일부 자동차가 아닌 다수의 자동차가 SDV가 되어야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에 SDV에 근접한 차량은 테슬라가 유일한데 2023년 4월 테슬라의 누적판매량이 400만 대를 넘어섰으니 전 세계의 SDV는 400만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지구상에 돌아다니는 자동차 숫자를 10억대라 치면, 결국 이 가운데 스마트폰에 근접한 기능의 자동차는 0.4% 정도밖에 안 된다는 말입니다.
모빌리티 혁명이 모바일 혁명보다 속도가 느린 다른 이유는 제품교체주기의 차이 때문입니다. 휴대폰은 1~2년마다 새 제품으로 바뀌기 때문에 불과 몇 년 만에 스마트폰이 시장의 주류가 되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지만, 자동차는 교체주기가 길고 시장에 깔려 있는 차도 너무 많기 때문에 모바일혁명만큼 모빌리티 혁명은 빨리 일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모빌리티 혁명을 대표하는 CASE 중 가장 많이 얘기되는 것이 Autonomous 즉 자율주행입니다. 현재 자율주행은 단계별로 진행되고 있지만 운전의 책임소재까지 기계로 넘어가는 완전자율주행은 기술적으로나 법적으로나 2030년 전엔 실현이 어려울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하고 있습니다. 자율주행에 앞서 훨씬 빨리 그리고 차근차근 우리 자동차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SDV가 될 것입니다.
SDV의 가장 큰 특징과 기능은 OTA(Over The Air) 즉 차량의 기능을 소프트웨어적으로 무선 업데이트하는 것입니다. 기존에도 내비게이션 지도 업데이트 정도를 해주는 SOTA (Soft OTA)는 있었지만 SDV는 SOTA는 물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하드웨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FOTA (Firmware OTA)가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OTA가 되는 SDV가 앞으로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바꾸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혹은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지배하는 자동차, 그리고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하드웨어 기능을 포함한 거의 모든 기능을 향상하는 것이 자동차산업에서 향후 몇 년간 급격히 일어날 일의 핵심입니다.
이것은 미래의 일이 아닙니다. 이미 진행되고 있습니다. 테슬라 차량이 이를 구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SDV와 OTA: 테슬라의 이상한 ‘주행거리 역전’
지난 2021년 4월 7일 ‘테슬라 모델 Y, 이상한 주행거리 역전... 환경부, 해명 요구'라는 기사가 한겨레 신문에 보도되었습니다. 이 기사에서는 테슬라 모델 Y의 ‘주행거리 역전 현상’에 대해 환경부가 소명을 요구했다고 전했습니다. 테슬라의 자체 시험 결과 고속도로에서 상온보다 저온 주행거리가 더 긴 것으로 측정됐는데, 일반적인 현상은 아닌 만큼 ‘주행거리 부풀리기’가 의심된다는 취지였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테슬라가 제출한 모델Y 롱레인지의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중고속도로 주행의 경우는 상온에서 488.5㎞, 저온에서 491.7㎞로 상온보다 저온에서 더 길게 주행하는 걸로 보고되었습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통상 전기차는 상온보다 저온에서 측정한 주행거리가 더 짧습니다. 그러나 테슬라의 측정결과는 이와 반대로 나온 셈입니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조사한 차량 중 이런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은 모델 Y가 처음이었습니다. 환경부가 이러한 현상을 ‘주행거리 부풀리기’로 의심하는 데에는 테슬라가 과거에 겨울철 주행거리 단축 문제로 굴욕을 당한 적이 있다는 점도 작용했습니다. 모델 3 롱레인지 구형의 경우 저온 주행거리가 상온의 61% 수준에 불과해서 전기차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언급되며 크게 이슈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모델 Y에서는 상온보다 주행거리가 역전하는 현상이 나타났으니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개선이 가능했느냐는 의구심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열(熱)의 사령탑 옥토밸브(Octovalve)
여기에 대한 해답은 일본에서 발행하는 ‘닛케이 모노즈쿠리’ 2021년 2월호에 실린 흥미로운 기사를 통해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매체는 “열(熱)의 사령탑 옥토밸브(Octovalve), 테슬라가 묻는 소프트웨어시대의 하드웨어”라는 제하의 기사에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자사의 최신 차량인 모델 Y에서 가장 중요한 부품으로 꼽는 것이 ‘옥토밸브’라 명명된 전기차의 중앙집중형 열관리 시스템입니다. 옥토밸브는 냉난방·배터리·파워트레인·ECU(전자제어유닛) 등, 쿨링이나 히팅이 필요한 부품의 열관리를 합니다. 조건에 따라 쿨링·히팅의 모든 회로를 옥토밸브와 연결해 열의 이동경로를 바꾸는 거죠.”
자동차는 공조나 배터리 등 부품마다 독립된 쿨링·히팅의 회로를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델 Y는 옥토밸브를 통해 차량 전체의 열을 통합관리합니다. 라틴어로 ‘8’을 뜻하는 ‘옥토’가 들어간 건 밸브 내부에 8개의 통로가 있기 때문인데요. 이를 통해 12종류의 히팅 모드와 3종류의 쿨링 모드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저온 주행 시엔 모터·인버터·배터리에서 발생하는 열을 실내 난방용으로 활용하는 식이죠. 이런 중앙집중형 열관리 시스템의 장점은 기능을 통합해 관련 부품수를 줄이고 크기를 작게 만들 수 있다는 것, 즉 품질·성능 향상과 원가절감으로 직결된다는 것을 우선 들 수 있을 텐데요. 한국 환경부가 지적한 모델 Y의 저온에서의 주행거리 역전현상은 옥토밸브 적용을 통한 효율적인 열관리로 가능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옥토밸브의 진가: OTA를 통한 성능향상
하지만 옥토밸브의 진가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원격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성능을 향상시키는 OTA(Over The Air)와 조합했을 때 나오는 파괴력입니다. 테슬라 차량은 거의 모든 기능을 중앙에서 통제할 수 있는 ‘전기·전자 아키텍처(E/E Architecture)’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런 능력을 바탕으로 옥토밸브의 성능도 향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향상시켜 나갈 수 있다는 겁니다.
앞서 말씀드린 무선 업데이트가 자유롭게 되는 SDV·OTA와 연결된 차는 해당 차량의 인포테인먼트·운전보조장치 기능만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차량의 물리적인 기능까지 지속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동차도 스마트폰처럼, 판매된 이후에 소프트웨어로 성능 업그레이드 일상화될 것
차량이 판매된 이후에도 제어 알고리즘을 개선해 열관리시스템의 하드웨어 성능을 높일 수 있는 것과 같은 FOTA (Firmware OTA) 기술을 적용한 차량은 테슬라가 처음이었습니다. 이 기술들은 기존 시스템의 연장선이 아니라, OTA를 전제로 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융합 시대로의 전환을 상징하는 일대 사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테슬라는 “OTA가 자유로운 SDV”라는 자사 차량의 장점을 앞으로도 계속 확대 적용시켜 나갈 것이고 이것에 영향을 받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도 적극적으로 SDV, OTA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SDV가 아닌 전기차의 비효율성
SDV가 아닌 전기차, OTA가 안 되는 전기차일 경우, 차량의 열관리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차를 판매한 이후에 해당 차량의 시스템을 개선하고 싶다면, 해당 차량을 자사의 AS센터로 불러 모아 하드웨어 자체를 통째로 교환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이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시스템 자체를 뜯어내 새로 바꾸는 건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을 뿐 아니라, 물리적으로도 이런 작업이 쉬운 게 아닙니다.
2020~2021년에 현대자동차의 코나 전기차의 발화가능성 문제로 큰 논란이 있었습니다.
여기에 장착된 배터리는 LG에너지솔루션의 제품이었습니다. 책임 소재가 BMS의 결함이냐 셀의 결함이냐를 놓고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 솔루션간 한동안 많은 논쟁이 있었고 결국 차량 리콜을 통해 BMS를 조절하여 충전 전압을 낮추고 문제점이 발견된 배터리는 교체를 해주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총 리콜 비용이 1조 4천억 원이 들어갈 만큼의 엄청난 손실이었을 뿐 아니라 이로 인해 현대자동차의 전기차와 LG에너지 솔루션 배터리의 신뢰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사건이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들이 SDV가 아닌 전기차, OTA가 잘 안 되는 전기차의 한계라 할 수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차량을 리콜하여 소프트웨어를 수정하거나 부품 전체를 교체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유무형의 엄청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또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게 더 큰 일입니다. 그러나 테슬라처럼 SDV이면서 OTA가 구현되는 차라면, 열관리시스템과 배터리관리시스템 등을 소프트웨어적으로 통합관리해 화재 위험을 줄이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테슬라를 제외하고 현재 판매되는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대부분은 SDV로 개발되지 않은 전기차들입니다. 하드웨어적으로는 전기차의 기능을 잘 해내고 있지만 OTA부분에서는 테슬라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앞서 언급한 옥토밸브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겨울철 주행거리 향상을 이룬 것과 같은 기능을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이 앞으로 전기차의 하드웨어적 경쟁력 즉 주행거리 향상이나 충전기능 향상 등에서도 왜 소프트웨어가 핵심이 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극명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테슬라의 핵심부품 내재화
여기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이 테슬라 같은 회사는 SDV의 기반이 되는 운영체제(OS), 그리고 OS를 구동하는 중앙집중형 ECU(전자제어유닛), 그 ECU의 핵심인 고성능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를 스스로 다 설계해 핵심기술을 내재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량의 열관리나 배터리관리의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자체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핵심기술을 내재화하지 못한 자동차 회사들은 차량의 기능을 중앙에서 통합제어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일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자동차 고유의 주행특성도 소프트웨어가 규정한다
SDV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주행성능 등 차량 고유의 특성과 감성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겁니다. 내연기관차의 경우 이런 특성을 정립하기 위해 자동차회사들마다 긴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예를 들어 BMW의 주행감은 그 자체가 BMW라는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입니다. BMW는 브랜드 로고와 함께 Sheer Driving Pleasure (진정한 운전의 즐거움)라는 주행감성을 자사의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습니다.
그럼 SDV 시대에는 이런 주행감을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요? 고성능 동력 장치는 기본으로 제공하고, 그 이후 소프트웨어적으로 주행성능의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겁니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만 구입해 차량의 주행감을 새롭게 즐기거나 더 높은 주행품질을 맛볼 수도 있게 될 것입니다.
이것은 OTA가 일반화된 IT 업계에선 이미 상식입니다. 충분한 성능의 하드웨어는 기본 제공하고, 이후 OTA를 통한 서비스로 돈 번다는 개념이 자동차에서도 점점 일반화될 것입니다. 결국은 점점 더 많은 차량이 OTA가 가능한 SDV로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OTA가 제대로 구현되는 SDV는 테슬라 차량 밖에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테슬라를 또 예로 들 수 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테슬라 차량에는 여러 가지 운전자 지원 기능이 있습니다. 가장 먼저 테슬라 모든 차량들에는 주행 보조 패키지인 오토파일럿이 탑재돼 있습니다. 오토 파일럿에는 앞차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TACC(Traffic Aware Cruise Control), 차선 유지를 돕는 '오토스티어(Autosteer) 기능이 포함돼 있습니다. 테슬라는 이 오토파일럿 기능에 자동 차선 변경과 자동 주차, 스마트 차량 호출 기능을 추가해 '향상된 오토파일럿'(Enhanced Autopilot) 패키지를 6000 달러에 판매 중입니다.
테슬라의 가장 비싼 운전자 지원 옵션인 FSD (Full Self-Driving)는 신호등과 교통 표지판에 따라 차량을 멈추거나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 내비게이션 경로를 기반으로 고속도로 진출로 및 출구로 안내하는 ‘오토파일럿 내비게이션(Navigate on Autopilot)’ 등을 추가로 갖추고 있고 이를 1만 5천 달러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FSD소프트웨어를 사면 OTA를 통해 성능이 계속 향상되고 앞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까지 추가비용을 받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해 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테슬라의 모든 차량에는 소비자가 FSD 소프트웨어를 사든 말든, 이 소프트웨어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고성능 컴퓨터와 각종 센서가 기본 탑재돼 있다는 겁니다. 다만 소비자가 소프트웨어를 사면 그 하드웨어가 활성화되는 것이고, 사지 않으면 그 성능을 봉인하는 식입니다. 그랬다가 소비자가 차량 구입 이후라도 마음이 바뀌어 FSD를 구입하면, 그때 가서 봉인을 풀어주는 겁니다. 100원 단가 차이에 벌벌 떠는 기존 자동차회사의 상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자동차회사로서는 소비자가 쓰지도 않는데 수백만 원짜리 컴퓨터를 달아준다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FSD 사례와 마찬가지로 앞으로는 전기차는 충분한 성능의 구동시스템을 기본으로 넣어주고, 판매 이후에 소프트웨어적으로 주행성능을 높이거나 성격을 바꿔주는 상품을 팔 수도 있겠죠. 하드웨어는 어떤 그레이드의 차량에나 기본으로 주고, 나머지 소비자의 만족을 높여주는 것은 대부분 소프트웨어적으로 따로 돈을 받고 해결하는 겁니다.
앞으로의 전기차는 OTA가 되는 차와 안 되는 차로 나뉠 것
이렇게 해야만 하는 것은,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빌리티혁명, 모빌리티서비스로 가기 위해선 OTA가 되는 SDV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또 모빌리티혁명이 오기 전에 자사의 차량이 다른 회사의 전기차와 달리 OTA가 되는 SDV라는 매력을 높여 판매·보급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것을 위해 폭스바겐은 폭스바겐 그룹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SDV기반의 전기차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개발하고 있고 여기에 사용될 OS인 VW. OS개발을 위해 그룹 내 소프트웨어 개발 인원 5천 명을 한데 모아 “카리아드” (Cariad)라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벤츠는 처음에는 테슬라처럼 OS와 ECU도 모두 자체 개발을 할까? 했지만 자사 엔지니어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서 현재는 엔비디아와 제휴하여 테슬라와 같은 통합형 ECU에 들어갈 반도체를 개발 중입니다. 소프트 웨어 역시 엔비디아와 협력해 벤츠 독자시스템인 MB-OS를 개발 중이고 2024년부터 자사에서 나오는 모든 신차에 소비자를 만족시킬만한 OTA 기능을 기본 탑재할 예정입니다.
현대자동차는 2022년 10월에 ‘소프트웨어로 모빌리티의 미래를 열다(Unlock the Software Age)’ 행사를 통해 기업의 구조를 소프트웨어 중심의 개발체제로 변화하겠다고 선언을 하고 2025년까지 모든 차종을 Firmware OTA가 가능한 SDV로 대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SDV개발 전략들은 앞으로 전기차의 하드웨어 성능만으로는 소비자에게 충분한 차별점을 주기 어렵고, 반드시 OTA가 되는 전기차여야만 충분한 매력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은 모빌리티서비스나 자율주행의 주도권을 잡는 것에 앞서, 자동차회사로서 전기차를 많이 팔 수 있을 것인지와 관련된, 즉 당장의 생존에 대한 문제입니다.
앞으로 자동차회사는 고객에게 이렇게 선전하게 될지 모릅니다. “저희 회사 차량을 구입하시면 타면 탈수록 주행거리가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로켓처럼 튀어나가는 가속력을 느끼고 싶으세요? 100만 원만 지불하세요.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 당신의 차가 새로 태어납니다”라고요.
당장의 SDV·OTA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일부 인포테인먼트 기능만이 아니라 차량의 물리적 기능까지 OTA로 개선할 수 있는 차량은 아직 테슬라뿐입니다. 따라서 당장 업계에서 벌어질 일은 자율주행 경쟁보다는 SDV 경쟁, OTA 경쟁이 될 겁니다. 여기에서 뒤처진다면, 전기차 경쟁에서도 이기기 어렵고 그 이후에 벌어질 모빌리티서비스 경쟁에서도 주도권을 잡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SDV·OTA를 통한 전기차의 성능 경쟁, 그 이후의 단계는 진정한 모빌리티혁명, 즉 모바일혁명과 같은 각종 서비스 생태계의 폭발일 것입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애플이 아직 공식적으로 SDV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애플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는 이유일 겁니다.
출처: 소프트웨어가 지배하는 자동차의 7가지 미래 [최원석의 디코드]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04/15/4I5YZDVB2BHHPK2MSGYF5YCF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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