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31. 18:35ㆍ전기자동차
요약: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모바일과 별도로 발전하는 게 아니고 모바일 생태계가 자동차로 확장되는 개념으로 발전할 것이므로 현재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하고 있는 애플은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주도할 잠재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애플은 아직 애플카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애플이 발표하는 최신기술들은 애플카를 염두에 두고 있으며 차량 제조 생태계도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 비즈니스는 모바일과 별도로 발전하는 게 아니고 모바일 생태계가 자동차로 확장되는 개념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현재 모바일 생태계는 애플이 장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애플카’는 아직 루머만 난무할 뿐, 애플에서 공식적으로 언급한 게 없습니다. 그러나 업계에선 공식 발표도 시간문제라고 말합니다. 이미 글로벌 시총 1위 기업인 애플이 크게 미래사업을 일구려면 모빌리티로 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이 아직 공식적으로 자동차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음에도 자동차 회사들 특히 테슬라는 애플을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애플이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아이폰 생태계를 자동차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
미래 모빌리티는 CASE (Connectivity, Autonomous, Sharing, Electrification)를 만족시킬 수 있는 SDV (Software Defined Vehicle)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모빌리티가 SDV로 전환된 미래에는 기존 자동차 회사보다는 이미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기업이 미래의 모빌리티 시장을 장악하는 게 더 수월할 수 있습니다.
하드웨어인 자동차는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가 아니어도 제작할 수 있지만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은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애플은 모바일 시장에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을 장악한 유일한 기업입니다. 반면 애플과 함께 모바일 생태계 양대 산맥인 안드로이드 진영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나뉘어져 있습니다. 구글은 OS인 안드로이드, 삼성 등은 하드웨어인 스마트폰 중심입니다. 구글도 하드웨어로, 삼성도 소프트웨어로 영역을 넓히려 했지만 잘 안 됐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성숙 단계입니다. 게다가 애플은 보유현금이 넘쳐납니다. 회사에 쌓아둘수록 투자자의 주주환원 압력도 강해질 겁니다. 그 큰돈을 어디에 써야 할까요? 애플이 모빌리티로 자신들의 생태계를 확장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할 겁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2020년 12월 22일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에 “모델3를 만들던 암울했던 시기, 나는 애플이 테슬라를 (현재 가치의 10분의 1 가격으로)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타진하려고 팀 쿡에게 연락했다”며 “(그런데) 그는 그 만남을 거절했다”라고 썼습니다. 머스크의 트윗은 그 전날인 21일 ‘애플이 2024년까지 자체 설계한 전기차 배터리를 탑재한 자율주행 차량을 생산할 것’이라는 보도 뒤에 나온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테슬라의 위세가 하늘을 찌르지만, 테슬라는 모델3를 공개한 2016년부터 양산을 시작한 2019년 중반까지 심각한 자금난을 겪었습니다.’, 돈은 다 들어갔는데 양산을 못해 현금 회수가 안 되는 이른바 “생산지옥”위기에 빠졌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델 3의 양산이 조금만 더 늦어졌어도 회사가 진짜 망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당시 머스크는 정말 테슬라를 팔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때 머스크는 분신과도 같은 테슬라를 다른 회사가 아닌 애플에 팔려고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머스크가 보기에 모빌리티 비즈니스 축을 장악할 가장 유력한 후보가 애플이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역으로 말하면, 머스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애플이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면, 테슬라가 맞서기 어려운 상대라고 봤던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회사가 망할지 모르는 위기에서, 자신의 분신과 같은 테슬라가 세상에서 살아남고 성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 애플에 인수되는 것이라고 보고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적과의 동침을 생각했던 겁니다.
애플은 스마트폰 단말기 20억대 깔았지만, 테슬라 단말기(전기차)는 고작 400만 대
애플이 테슬라에 가장 위협적인 이유는 모빌리티 혁명이 일어나면 자동차도 온라인 서비스 생태계 속에서 하나의 단말기로 기능하기 때문입니다. 테슬라 전기차도 그런 서비스 생태계의 단말기와 같은 것이 될 텐데요. 문제는 모빌리티 시장과 모바일 시장이 별도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결국에는 모바일 생태계 안에 모빌리티 생태계가 추가되면서, 이미 거대한 온라인 서비스 시장이 한층 더 커지는 식이 된다는 겁니다. 즉 모바일 생태계를 이미 장악한 기업이 모빌리티 생태계도 먹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애플이 맘먹고 뛰어들게 되면 테슬라에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테슬라는 현재까지 자동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하드·소프트웨어를 통합하는 능력을 갖고 있지만 아직 이것을 서비스로 연결해 돈을 버는 모델은 미완성입니다. 테슬라의 차량은 2022년 말 기준 누적 판매대수가 400만 대를 넘어섰지만 현재 전 세계에서 운행되는 10억대 이상의 차량의 숫자에 비하면 적은 양입니다. 반면에 애플은 이미 2021년 아이폰 누적 판매량만 20억대를 넘어섰습니다. 애플은 이미 모바일 시장에서 거의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자기 완결적 제품·서비스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애플이 다른 IT기업과 다른 점은 ‘완성도 높은 하드웨어 개발에 대한 능력과 그 집착’입니다. 사용자의 생활 전반에 침투하는 ‘확장성’, 그리고 만족을 넘어 감동을 주는 제품·서비스 ‘완성도’입니다. 애플카가 나오든 어떤 다른 스마트카가 나오든, 서비스가 자동차에서만 구현되는 게 아니라 각종 모바일기기와 매끄럽게 연동되는 게 중요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소비자에게 더 큰 만족을 줄 수 있고, 또 공급자에게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개발 여력과 이익창출 능력을 선사할 수 있습니다. 모바일 시장에서도 그랬지만, 무슨 ‘깜짝 기능’ 하나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이런 기능도 됩니다’ ‘이런 서비스도 가능합니다’가 아니라, 그런 기능과 서비스를 사용자가 감동할 만큼의 높은 완성도를 갖춰 내놓는 게 훨씬 더 중요합니다.
테슬라도 이미 전기차만 파는 게 아니라, FSD(풀셀프드라이빙)라는 주행지원 소프트웨어(향후 자율주행이 될 때까지 무료 업데이트를 해준다고 테슬라는 주장)를 1만 5천 달러를 받고 팔고 있습니다. 즉 전기차라는 디바이스를 팔아 돈 벌고, 소프트웨어를 따로 팔아 또 돈 버는 ‘필승의 공식’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비즈니스 모델이 자동차 업계에선 새롭지만 모바일 업계에선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애플의 경우 아직은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 수익이 가장 큽니다만, 이와 함께 앱마켓에서 이용자가 개발자에게 지불하는 요금의 일부를 수수료로 받아 또 돈을 벌고 있습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쪽에서 이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게다가 자체 구독경제까지 강화해 서비스 분야 이익을 계속 늘려가고 있습니다. 따라서 애플카가 앱마켓을 통해 무선 업데이트로 앱을 갱신하는 것은 애플이 이미 오랫동안 갈고닦아온 그 ‘필승의 공식’을 (무선통신으로 연결되고 궁극적으로는 자율주행까지 가능한) 전기차를 통해 실현하는 것일 뿐입니다.
차량 제조 생태계도 애플에 유리한 쪽으로 변화되고 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2021년 인터뷰에서, 애플카 출시 여부에 대해선 철저히 함구하면서도 “자동차 산업의 성격이 크게 변하고 있다”라고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그동안은 진입장벽 때문에 애를 먹었지만, 자동차산업의 구조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쪽으로 바뀌면서 애플이 더 큰 기회를 맞았다’는 뉘앙스를 담은 말이었습니다.
애플카가 시장에 등장할 것으로 점쳐지는 2024~2025년은, 쿡의 말대로 자동차 산업의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전기차를 만들어도 대부분 기업이 적자를 보고 있지만, 그때쯤이면 현재 내연기관차 수준의 마진을 기대할 수 있게 될 겁니다.
또한 기존 자동차 회사들이 테슬라와 같이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한 SDV차량들을 2024~2025년에 출시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고 있기 때문에 애플도 애플카의 출시를 마냥 미룰 수만은 없을 것입니다.
또 애플 제품을 수탁생산해 온 폭스콘의 모기업인 대만 홍하이, 그리고 독일 메가서플라이어인 보쉬와 캐나다 메가서플라이어인 마그나 등이 이미 자체적으로 전기차 양산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홍하이의 전략이 흥미롭습니다. 홍하이는 전기차라는 하드웨어만 만드는 게 아니라, 어떤 자체 서비스 생태계를 가진 기업이 자신들의 OS를 심으려 할 경우, 그것을 구현해 줄 수 있도록 하는 하드·소프트웨어 플랫폼 전체를 제공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예를 들면 애플 같은 기업이 서비스 생태계의 상층부만 설계하면, 나머진 자기들이 알아서 할 수 있다는 얘기처럼 들립니다. 완벽한 실현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자동차를 만들어본 적이 없는 홍하이조차 이런 계획을 얘기하는 실정이라는 게 중요합니다. 즉 몇 년 안 있으면, 애플처럼 소프트웨어·하드웨어의 설계능력이 출중한 회사가 크게 제조비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도 시장에 대량으로 전기차를 뿌릴 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입니다. 테슬라의 장점으로 배터리관리 능력과 고성능 모터를 꼽기도 하는데요. 디바이스의 배터리를 소프트웨어적으로 섬세하게 관리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능력은 이미 애플이 세계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터·인버터 등 전기차의 파워유닛은 일본전산 등 몇몇 기업이 저렴한 가격에 고효율 전동시스템을 세트로 납품해 줄 수도 있습니다. 홍하이는 2021년에 일본전산과 제휴하여 전기 자동차용 모터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기존 자동차회사가 아닌 어떤 부품업체 연합에서, OS만 빼고 고객 주문대로 소프트웨어로 무선업데이트가 가능한 전기차를 대량 납품하는 게 곧 실현될 겁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애플카가 처음부터 반드시 완벽한 자율주행기능을 구현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인간의 도움이 필요 없는 자율주행은 2030년 이전에는 누구도 상용화 못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애플카가 완벽한 자율주행이 안 되는 상태로 나와도 소비자에게 충분히 만족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애플은 아이폰과 자동차를, 애플 고객들이 스트레스받지 않고 연결해 쓸 수 있도록만 해도 큰 호응을 얻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다루지 않는 테슬라나 기존 자동차 메이커와 크게 차별화할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애플의 최근 신기술이 전부 애플카와의 연동을 염두에 두고 있다.
애플이 취할 전략은 처음에는 아이폰 등 자사의 모바일 디바이스를 매끄럽게 연동하는 폐쇄적 생태계에 애플카라는 큰 카테고리를 집어넣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한적인 자율주행기능만 탑재합니다. 그 대신 소비자가 완성도 높은 모바일·모빌리티 통합체험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겁니다. 자율주행 기능은 향후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향상시켜 나가면 됩니다.
이미 애플은 2019년 자율주행 스타트업 ‘드라이브 AI’를 인수했습니다. 애플은 2015년부터 현재까지 거대 IT기업 중에서도 가장 많은 30개의 AI기업을 인수했습니다. 팀 쿡이 최근에 “자율주행차는 본질적으로 AI로봇”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이런 행보는 애플카를 염두에 둔 포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내놓은 것도 애플카와 연결을 생각한 것일지 모릅니다. 지금의 애플워치는 살짝 어중간합니다. 애플 팬에게 아이폰은 필수이지만, 애플워치는 그렇지 않습니다. 아이폰이 있는데 애플워치까지 손목에 차는 게 좀 번거롭기도 할 겁니다. 하지만 사물인터넷(IoT) 시대로 가게 되면 스마트폰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합니다. 그러면 아예 손목에 차는 디바이스, 어디에 뒀는지 신경을 덜 써도 되는 워치 형태가 미래 디바이스의 기본이 될지도 모릅니다. 워치가 기본이고, 집·사무실에서는 더 큰 화면의 애플 제품과, 자동차에 타면 워치와 자동차가 연동되는 식으로 말입니다.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 자동차 분야 진입의 변곡점이 될 것인가?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자동차와 연결하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왔습니다. 대표 사례가 차량 인포테인먼트와 연동하는 ‘카플레이(CarPlay)’, 차량용 디지털키인 카키(CarKey), 초광대역 무선통신 ‘UWB(Ultra Wide Band)’ 등입니다. 즉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워치의 사용자 환경을 애플카까지 연결함으로써, 아이폰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도 끊김 없는 애플 생태계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설계를 해왔습니다.
애플은 2022년 9월 6일 자사의 개발자 이벤트 ‘WWDC 2022′에서 차세대 ‘카플레이(CarPlay)’를 소개했습니다. 포드·포르셰·아우디·재규어·랜드로버·볼보·혼다·닛산 등 14개 브랜드와 연계, 센터패시아의 대형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계기판 등 차량 내부의 거의 모든 디스플레이를 아이폰과 같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User Interface)로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애플 카플레이는 지난 2013년 WWDC에서 첫 선을 보였고 2014년 iOS 7.1 버전에 정식 앱으로 탑재됐습니다. 당시에는 단순한 음악 재생과 전화 수신, 내비게이션 지도 표기 정도에 그쳤지만 iOS가 발전하면서 음성 인식 비서, 메시지 수발신, 아이폰 지도앱을 내비게이션 대신 사용하도록 하거나 각종 앱 실행 및 조정 등 차량의 각종 기능과 연동하고 일부 통합하는 방식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차세대 애플 카플레이는 iOS17과 함께 2023년 말에 출시되어 앞서 언급한 14개의 브랜드 차량에 탑재될 예정인데 차세대 카플레이는 아이폰의 정보뿐 아니라 속도·거리·연료잔량 등의 차량 계기판, 공조장치 정보까지 애플이 통합해 차량 디스플레이를 통해 보여주게 됩니다. 속도계와 엔진회전수게이지 사이에 지도앱을 표시하는 등 화면 레이아웃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습니다. 아이폰과 차량의 연결성이 기존 카플레이보다 훨씬 커지는 것입니다.
애플이 WWDC 2022에서 차세대 카플레이를 소개할 때 언급한 ‘단어’ 하나가 특히 신경 쓰입니다. 애플 카플레이를 개발하고 있는 에밀리 슈버트(Emily Schubert) 수석 매니저는 “자동차 회사와 함께 차량 내 체험을 ‘재발명(reinvent)’하겠다”라고 말했는데 ‘재발명’이라는 단어는 애플이 중대한 변혁을 얘기할 때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는 2007년 아이폰을 공개하면서 “애플은 전화기를 ‘재발명’하려고 했다(Apple was about to reinvent the phone)”라고 말했었던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애플이 차량 내 체험을 재발명할 것이라고 했다는 것은, 2023년 말 등장할 차세대 카플레이가 애플의 자동차 분야 진입에 있어 변곡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아이폰의 정보·데이터 지배력, 그동안 접근하지 못했던 자동차의 깊숙한 곳까지 파고든다
지금까지 카플레이는 아이폰이 처리한 정보·데이터를 자동차 디스플레이에 일방적으로 출력하는 것이라 할 수 있었습니다. 애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98%가 카플레이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높은 보급률을 자랑하는 것은 이 기능이 소비자에게 편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의 카플레이는 차량에서 발생하는 주행 등 핵심 데이터에 접근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도입해도 당장 큰 부담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차세대 카플레이는 차량 주행 데이터를 아이폰이 자체적으로 처리해 차량 화면에 표시해 주는 식입니다. 그 결과, 기존에는 차량 중앙의 디스플레이에 아이폰의 기능만 구현될 뿐이었지만, 차세대 카플레이에선 자동차 계기판, 심지어 대시보드를 가로지르는 대형 디스플레이에도 아이폰에서 처리한 정보가 표시됩니다. 게다가 화면 디자인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폰을 갖고 있으면, 렌터카를 탔을 때도 자신의 아이폰을 그 렌터카에 연결하기만 하면, 평소 본인 소유의 차량에서 쓰던 화면과 같은 디자인의 차량 디스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차량의 주행 관련 데이터는 자동차 제조사만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사가 차세대 카플레이 대응 차량을 만든다는 것은, 그 제조사가 자신들의 차량에 담긴 주행 데이터를 애플에 넘겨준다, 혹은 열어준다라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매우 큰 변화인 동시에, 자동차회사로서는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일 수 있습니다. 주행 데이터가 아이폰 쪽으로 넘어가게 되면, 애플이 종전보다 훨씬 깊은 수준으로 운전자와 접점을 가질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자동차 제조사는 차량 정보를 한정된 서플라이어에만 일부 열어줬습니다. 최근에 급속히 늘고 있는 모빌리티 서비스 업체가 제대로 사업화에 이르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도, 자동차 제조사가 자사 차량의 핵심 데이터를 서비스업체 쪽에 제대로 공유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지금까지는 스마트폰 앱을 자동차에 연동한다고 해도 스마트폰의 정보와 자동차 정보 사이에는 아주 큰 벽 혹은 수준의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차세대 카플레이는 이 벽을 무너뜨리려는 시도인 것입니다.
물론 자동차 제조사 중에서도 테슬라는 논외입니다. 처음부터 자체 OS를 통해 중앙의 대형 패널 하나로 모든 차량 정보를 표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기존 자동차회사들은 테슬라처럼 독자 소프트웨어를 통해 UI를 개발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애플의 UI를 빌려 쓰는 것입니다. 2023년 말부터 달라질 카플레이가 자동차의 주행 데이터까지 마음대로 접근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결국에는 이것이 애플판 자동차 OS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을 것입니다.
애플은 자동차를 제조하는 대신, 애플 TV 같은 접근법을 취하게 될까?
애플은 2014년 삼성 SDI와 자사의 애플카 개발 프로젝트인 “타이탄 프로젝트”에 채용할 각형전지에 대해 오랜 기간 실제적인 협의를 진행하며 실체화되는 듯했지만 타이탄 프로젝트는 2015년 중단되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사람들은 늘 애플카에 대한 소식에 민감합니다. 애플의 전기차 시장 참여는 발표만 앞두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반면 개발이 잘 진행되지 않고 있고, 일각에선 ‘애플카’라는 것이 실체가 있는 차량을 의미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어떤 사람들은 ‘애플카’가 반드시 실제 차량을 의미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근거로 애플 TV 사례를 들기도 합니다. 애플이 실제 화면이 있는 TV를 내놓을 것이라는 루머가 있었지만. 결국 그런 제품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현재도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 TV만 존재하는 상황입니다.
자동차에 대해서도 이른바 ‘애플카’라는 것이, 차세대 카플레이의 개념처럼, 카플레이에 참여한 자동차회사들의 최종 제품(그들의 자동차)을 통해 상품화되는 것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고 2022년 발표한 차세대 카플레이가 애플이 생각하는 미래차 혹은 미래차의 첫 단계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동차회사들과의 공동 개발이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PC 메이커와 연합해 OS(윈도) 점유율을 확대한 뒤 서피스라는 독자 노트북·태블릿을 직접 제공하고 있고 구글이 스마트폰 업체와 연합해 OS(안드로이드)를 보급한 뒤 자체 스마트폰 제품군을 늘려나가고 있듯, 애플도 결국엔 ‘모빌리티 버전의 아이폰’을 내놓게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애플이 차체·구동계까지 직접 설계한 ‘애플카’를 몇 년 안에 내놓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습니다만, 차세대 카플레이의 중요성과 보급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한다면, 본격적인 애플카가 나올 시기가 더 늦춰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차세대 카플레이에 대응한다는 것은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 자사 차량의 핵심 데이터를 애플과 공유해야 하는 매우 부담스러운 작업입니다. 애플로서는 자동차 제조사의 마음을 얻어야 빠른 기간에 보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시장에서 기선을 제압하려면, 애플이 2025~2026년 정도까지는 차세대 카플레이에만 집중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 사이에 애플이 이른바 애플카를 내놓겠다고 선언한다면, 차세대 카플레이에 참여하는 업체들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차세대 카플레이 계획으로 유추해 볼 수 있는 것은, 애플이 애플카를 내는 것보다 아이폰과 기존 자동차와의 연결성을 지금보다 훨씬 높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아이폰·애플워치가 차세대 카플레이를 통해 전 세계의 많은 자동차와 사실상 하나의 제품 생태계로 엮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자동차 사용자 체험(UX)의 주도권은 누가?
차세대 카플레이 제휴의 후보 기업 명단엔 벤츠, 포르셰, 아우디, 포드, 링컨, 재규어·랜드로버, 닛산, 인피니티, 아큐라, ·혼다, 르노, 볼보, 폴스타 등 무려 14개 업체가 들어가 있는데요. 일단은 애플이나 구글 수준의 소프트웨어·UI 개발능력을 자체적으로 갖춘 기업도 있고 갖추지 지 못한 기업도 있습니다.
이들 중에도 생각은 서로 다를 것이라 봅니다. 자체 능력이 너무 부족해 카플레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곳도 있을 것이고 자체 개발도 하고는 있지만 카플레이가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대세이니 일단 동참하고 보자는 쪽도 있을 것입니다. 또는 애플과 협업한 후 애플을 벤치마킹해 결국엔 자체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쪽도 있을 겁니다.
애플에 따르면, 미국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98%가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할 수 있고 신차 구매자의 79%가 카플레이 대응이 안되면 구입 차량 후보에 넣지 않는다고 합니다. 자체 승부하려는 자동차회사로서는 자사 차량의 데이터 주권을 지키기 위해 차세대 카플레이를 배제할 것인가, 혹은 데이터 주권을 포기하고서라도 동참할 수밖에 없을 것인가의 선택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14개 제휴 기업 후보는 차세대 카플레이와 관련해 애플과 협업하겠다는 것일 뿐, 실제로 자사 차량에 차세대 카플레이를 탑재할 것인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 역시도 2014년 ‘안드로이드 오토(Android Auto)’를 발표했고, 세계 주요 자동차 메이커가 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오토 대응 차량은 2022년 5월 기준으로 1억 5000만 대 이상이나 됩니다. 안드로이드 오토는 기존의 애플 카플레이와 유사합니다. 안드로이드폰의 정보·데이터를 차량에 장착된 디스플레이로 출력하는 개념입니다. 구글은 여기에 더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OS인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Android Automotive)’도 보급하고 있습니다. 볼보, 폴스타, 쉐보레, GMC, 캐딜락, 르노, 혼다가 탑재하기로 했고 2023년 하반기에는 포드와 링컨도 구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사용할 계획입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도 애플의 카플레이처럼 계속 진화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자동차회사는 주행성능이나 승차감, 안전, 환경 쪽에 주력하는 한편, 유저와의 접점은 애플·구글에 맡기는 상황이 벌어지게 될 것입니다. 즉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에 자동차 회사가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어 점점 커질 모빌리티 데이터 사업에서 애플이나 구글에 종속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런 것을 우려한 도요타, GM, 현대차 BMW 등은 자체 O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도요타는 Arene이라는 OS를 BMW는 IDrive, 현대차는 ccOS라는 O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VW과 벤츠는 애플 차세대 카플레이 제휴회사 목록에 로고를 올렸지만 VW.OS, MB.OS라는 자체 OS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제 아무리 애플과 구글이라도, 테슬라처럼 스스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자동차)를 다 하지 않는 이상, 자동차회사 차량의 핵심 데이터에 접근하기는 여전히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몇 년간 애플, 구글과 메이저 자동차 제조사가 시장 선점을 위해 격렬한 전투를 벌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는 궁극적으로는 완전자율주행까지 가겠지만, 완전자율주행이 안 되는 시점에서도 애플이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만족, 차별화 포인트는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모바일 생태계에서 한번 빠지면 탈출이 어렵다는 애플의 매력을 차량에서도 더욱 끌어올려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애플 카플레이를 통해 전체 모빌리티 생태계 사용자와 수익이 늘어난다면, 애플카와의 연결에 개발비를 쏟아부어도 다른 기업에 비해 더 쉽게 비용 회수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M2칩의 탑재 디바이스 확대, 결국 애플카로 연결될 것
또 많은 전문가들이 애플카의 핵심 중 하나로 고성능 AI프로세서를 꼽습니다. 애플은 기존에 인텔 프로세서를 사용했었지만 맥북부터 자체 개발의 M1 칩으로 바꿨고,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맥 최신형까지 M2 칩을 공통으로 넣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의 독자 프로세서도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제품·서비스 생태계를 자동차와 연결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같은 설계 칩을 사용함으로써, 애플의 모바일 생태계와 애플카를 매끄럽게 연결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애플 프로세서는 강력한 성능과 저전력을 양립해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고성능·저전력은 애플카에서도 큰 강점이 될 겁니다. GPU·AI기업인 엔비디아가 소형·저전력 프로세서 설계의 원천기술을 보유한 ARM을 거액에 사들인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독자 프로세서를 사용하는 테슬라와 애플의 결정적 차이
테슬라도 자체 개발한 프로세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처음에는 모빌아이와 엔비디아 등 외부 업체 것을 썼지만 프로세서를 독자 설계해 장착한 것이 많은 이점이 있어서 자체 설계하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와 애플의 결정적 차이점이 있습니다. 테슬라는 자체 프로세서를 많이 쓸 곳이 자사의 전기차 밖에 없습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고성능 칩을 개발해 1년에 100만 개 단위로 파는 건 말이 안 됩니다. 반도체 업계에서 볼 때는 전 세계 자동차시장 1억대도 작습니다. 시장 전체를 먹을 수는 없고, 기껏해야 1000만 대 단위일 텐데, 그 정도로는 볼륨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에서는 자동차 전용의 고성능칩을 만들어 충분히 돈을 버는 게 어렵습니다. 테슬라가 어떻게든 외부에 자사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팔아보려고 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볼륨이 너무 작아 개발비 회수가 어렵고 추가 개발을 지속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 외부에 팔아 상황을 타개해 보려는 것입니다.
반대로 애플은 어떨까요? 최근 개발한 자체 프로세서 M2 같으면, 자사 대부분의 모바일 디바이스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맥북, 아이맥, 아이패드까지는 이미 탑재했습니다. 아이폰에도 M2을 탑재하면 어떻게 될까요? 이 칩의 연간 생산량이 억 단위로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애플은 자기 제품 생태계가 넓기 때문에, 굳이 외부와 협업하지 않고도 고성능·저전력에다 애플카에도 적용할 수 있는 칩의 ‘규모의 경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애플의 독자 프로세서 전략은 이미 전기·자율주행차에 대비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겁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 일론 머스크가 몇 년 전 테슬라가 망할 뻔했을 때, 인수 후보로 애플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머스크가 몇 년 전에 보기에도 애플이 가장 위협적이었을 테니까요.
테슬라가 가진 강점
물론 테슬라는 애플이 없는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이미 깔아놓은 400만 대의 자사 차량 중 상당수를 통해 실제 도로 환경의 ‘리얼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여 자사의 자율주행기술 알고리즘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것은 아직까지 애플이 넘보기 어려운 점입니다. 어떻게 보면 테슬라는 수십만 대 단위의 자율주행기술 ‘테스트카'와 ‘테스트 드라이버'를 보유하고 있는 셈입니다. 게다가 그 차량은 테슬라가 오히려 돈을 받고 일반 소비자에게 판 것이고 수많은 차량 구입자들이 무료로 테스트 드라이버 역할을 해주며 테슬라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에 동참해 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또 테슬라는 폭넓은 자체 고속충전망을 보유하고 있고, 솔라시티라는 태양광에너지 기업을 통해 친환경에너지 사업과 전기차 비즈니스를 연결해 나가고 있습니다. 또 로켓기업 스페이스 X를 통해 2025년까지 스타링 크라는 1만 2000개의 저궤도 위성을 띄워 전 지구를 5G 이상의 자체 통신네트워크로 연결한다는 구상까지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테슬라, 솔라시티, 스페이스 X를 총괄하는 머스크의 이런 구상이 현실화되면, 모빌리티, 에너지, 통신이라는 인류 3대 비즈니스를 하나로 묶는 원대한 프로젝트가 완성될지 모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테슬라가 에너지, 통신, 그리고 인류의 화성 이주까지 그 영역을 확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모빌리티 하나에만 집중하면, 결국 애플을 이기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머스크가 실력과 비전을 섞어 세상을 자기 의도대로 따라오게 만든 뒤, 또 한 번의 판 뒤집기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애플이 자동차 판에 뛰어들어 자신이 이룩한 ‘테슬라 제국’을 무너뜨리기 전에, 제국의 성벽을 더 높이 쌓을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출처: 완전히 달라질 애플 카플레이... 자동차 회사엔 공포인 까닭 [최원석의 디코드]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2/06/16/IHSLQN3QVZD5NNVC72QBGTLD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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