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4. 30. 19:07ㆍ전기자동차
요약:
인류에게 모바일 통신을 가능하게 해 준 핸드폰은 과거에는 주요 경쟁력이 통신기능이었지만 현재는 움직이는 소프트웨어플랫폼으로의 기능이 주요한 경쟁력의 척도가 되었습니다. 자동차 역시 미래에는 이동 수단으로서의 기능은 기본이고 SDV (Softweare Defined Vehicle)라고 불리는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할 것이고 미래 자동차 산업의 수익을 낼 수 있는 경쟁무대는 더 이상 동력원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이 될 것입니다.
동력원은 자동차 회사에 있어서 더 이상 목표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 선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수단’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앞으로의 동력원은 최대한 단순하고 저렴하며 제어가 쉽고 하나의 설계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확장성(scalability)이 뛰어난 것이 선택될 것입니다.
각 나라의 산업구조와 환경에 따라 여전히 다양한 동력원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최종적으로는 모빌리티 서비스에 가장 적합한 전기차로 미래의 동력원은 귀결될 것입니다.
미래 모빌리티: 탄소제로와 CASE의 적합성여부를 따져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예측하고 있듯이 미래 자동차 산업은 “탄소제로”와 “CASE”라고 불리는 모빌리티 서비스의 두 가지 큰 축으로 움직이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미래 자동차 특히 승용차를 위해 어떤 동력원이 적합한지를 생각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측면을 만족시킬 수 있는지 여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탄소제로에 적합한 동력원
탄소제로에 적합한 동력원을 생각할 때 보편적으로 많이 언급되는 것이 전기차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유럽은 2035년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규 내연기관차량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기로 했었습니다. 이는 2035년 이후 유럽에서 판매되는 차량은 전부 전기모터와 배터리로 구동되는 전기차가 될 것이라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EU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량 판매금지 승인 그러나 e-Fuel사용 내연기관은 예외.
유럽 집행위원회는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량의 판매를 금지하는 개정안을 2023년 3월 초에 최종 승인하려고 했지만 내연기관 기술 및 산업의 영향력이 매우 큰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불가리, 루마니아등의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이들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구조가 미국과 중국에 비해 전기차 전환이 빠르게 진행될 수 없기 때문에 이 조치가 자국 자동차 산업에 치명타가 될 거라고 생각해 반대해 왔습니다. 이 나라들도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지만 내연기관 자체는 연료를 태워 동력을 만드는 기계 장치일 뿐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내연기관은 유지하되 사용되는 연료를 e-Fuel이나 Bio-fuel로 바꾸자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독일이 주장하는 e-Fuel은 ‘Electricity-based Fuel’의 약자로, ‘재생 합성 연료’ 혹은 ‘탄소 중립 연료’라고 불립니다. e-Fuel은 신재생 에너지를 이용해 물(H₂O)을 전기 분해해 얻은 그린수소(H)와 대기 중에 떠다니는 이산화탄소(CO₂), 일산화탄소(CO)등을 포집한 후 합성하는 탄화수소연료로 “e-가솔린”, “e-디젤”, “e-메탄올” 등입니다. e-fuel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존의 화석연료와 같은 성분이기 때문에 탄소를 배출하지만 연료를 생산하는 단계에서 대기 중에 탄소를 포집한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여겨지고 있습니다.
독일과 이탈리아는 유럽 집행위원회에 2035년 내연기관 판매 금지 조항에서 각각 e-Fuel, Bio-fuel를 사용하는 내연기관차량은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하며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결국 2023년 3월 28일 EU집행위는 이탈리아의 Bio-fuel은 미수용했지만 독일이 주장한 e-Fuel 사용 차량은 예외로 수용하며 2035년부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신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 금지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이번에 승인된 유럽연합의 “EU 탄소감축 입법안(‘Fit for 55’)”개정안은 전 세계 탄소제로 정책 중 가장 적극적이라고 평가받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들도 지역마다 시간 차이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향후 이 방안에 영향을 받게 될 것입니다. 따라서 유럽연합이 승인한 동력원을 통해 미래에도 사용될 동력원을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먼저는 전기 모터를 사용하는 전기차가 있습니다. 전기차는 사용하는 에너지원에 따라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를 사용하는 전기차로 나누어집니다. 다음으로는 내연기관이 있습니다. 더 이상 석유나 디젤의 화석연료를 그대로 사용하지는 못하지만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수소를 연료로 하는 수소엔진차와 탄소를 배출하지만 공기 중에 탄소를 포집하여 그린수소와 합성한 연료인 e-fuel을 사용하는 엔진차량도 탄소제로의 동력원으로 고려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사용하는 HEV, PHEV는 Fit for 55에 따라 2035년부터 유럽에서는 판매할 수 없지만 탄소배출량이 엔진만 사용하는 차량에 비해 적기 때문에 유럽 외에 다른 지역에서는 2035년 이후에도 자동차의 동력원으로 사용이 가능합니다.
지역별 편차는 있지만 탄소제로를 위한 파워트레인은 전기차로 귀결될것이다.
아래 그래프는 자동차의 메이저 시장이라고 할만한 미국과 유럽 중국시장의 자동차 파워트레인별 2035년까지의 점유율 예측을 나타낸 것이다. 지역별로 지정학적 정치 경제학적 편차는 있겠지만 탄소제로를 달성하기위해서는 결국 전기차로 전환될수 밖에 없다.
CASE에 적합한 동력원
탄소제로를 실현할 수 있는 이러한 다양한 동력원 중 최종적으로 어떤 쪽이 미래 모빌리티에 가장 적합한 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CASE의 측면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벤츠의 디터 제체 (Dieter Zetsche) 당시 CEO는 미래의 모빌리티는 일명 CASE라고 불리는 연계성(Connectivity), 자율주행 (Autonomous) 공유 (Sharing), 전동화 (Electrification)의 4가지 핵심 기술을 통해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CASE의 발전 방향은 먼저 E(전기차)에 집중하고, 그다음에 전기차를 기반으로 한 C(커넥티드) 즉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을 보급해 S(공유·서비스)로 돈을 벌고, 최종적으로 A(자율주행)를 완성해 나가는 순서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탄소제로를 고려하고 CASE를 고려할 때 어떤 동력원이 가장 적합한지는 어느 쪽에 돈과 인력이 쏟아져 들어가는지, 그리고 업계 선도기업들이 지금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아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가 고평가 됐다고 말이 많지만 테슬라의 시가총액은 2023년 3월 기준 33조 9천440억 위안(5700억 달러)입니다. 이는 2022년 6조 8천500억 위안(9090억 달러)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이기는 하지만 1.6조 위안(31조 엔)인 도요타나 6895억 위안 인 BYD, 6274억 위안(822억 유로)인 폭스바겐에 비해 압도적인 수치입니다. 이를 볼 때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만 만드는 테슬라에 돈이 몰려들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특히 폭스바겐은 “미래차를 전기차로 일원화한다”라고” 못 박고 2025년에 연간 150만 대, 2030년에 자사 신차 판매의 50%(약 500만 대)를 전기차로 채우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 외에도 벤츠와 BMW, 볼보등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개발·투자 열기가 끓어오르고 있습니다.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GM에 이어 포드, 스텔란티스도 한국 배터리업체와 합작해 거액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전기차에 미온적이었던 도요타조차 배터리 개발·생산에 16조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연간 200 GWh(기가와트시)의 생산능력을 내재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연간 300만 대 이상의 전기차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입니다. 2021년 10월엔 이 계획의 1탄으로 북미에 4조 원을 투입해 자체 배터리 생산시설을 짓겠다고도 발표했습니다.
미래 자동차 시장의 핵심은 “동력원”이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
전통적인 승용차 산업에서 자동차 회사의 기술력을 나타내고 이로 인해 매출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기술은 동력원이었지만 앞으로 미래 승용차 산업에서 더 큰돈을 벌 기회는 동력원이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 시장에 있습니다.
미래 모빌리티의 가치 변화
현재 | 미래 |
- 운전이 중심행위로 목적지 향해 조금 더 빠르게 가기 위한 이동수단 - 운전을 하며 달리는 재미와 풍경을 감상하는 즐거움 - 움직이는 자산: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거나 과시의 수단 |
- 운전행위가 사라짐. 운전한다가 아닌 이용한다로 바뀌어 더 이상 운전면허 필요 없음. - 이동 수단의 가치를 넘어 생활 공간의 가치가 커짐. (휴식, 엔터테인먼트, 업무 등) - 직접 소유 불필요 (소유가 아닌 공유형으로 변화) - 다양한 서비스와 연결되는 커다란 IT 디바이스 |
이 대 전환기에 제대로 대처하고 최종적으로 승리하려면, ‘동력원’을 모빌리티 서비스에 가장 적합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즉 모빌리티 서비스를 잘 구현할 수 있도록 구조가 단순하고 원가인하 여력이 높아야 합니다. 글로벌 주요 자동차 회사들은 이러한 요구를 가장 잘 만족시킬 수 있는 동력원이 배터리를 사용하는 전기차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눠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 보겠습니다.
1. 복잡성 문제 해결
폭스바겐을 비롯한 유럽 승용차 회사들이 전기차에 올인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복잡성’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미래 차량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모빌리티 서비스를 구현하는 ‘디바이스’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모빌리티 서비스를 잘 구현하려면 차량을 컴퓨터·전자제품화해야 합니다. 구동에 관계된 부분은 구조가 단순할수록 좋습니다. 앞서 언급한 탄소제로에 적합한 동력원 중 가장 단순한 구조의 차량은 전기차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내연기관과 비교하면 모터의 회전을 제어하는 전기차는 엔진을 제어하는 내연기관 차량보다 시간 지연이 없이 제어가 쉽고 빠릅니다. 따라서 독일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밀어붙였던 e-fuel이나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엔진차량에 비해 전기차는 미래 모빌리티에 훨씬 더 유리합니다.
HEV나 PHEV 역시 전기차에 비해 복잡하고 섬세한 시스템입니다. 이 차량들은 ‘배터리·모터’와 ‘엔진·변속기’ 즉 전기차와 내연기관 시스템을 모두 갖고 있습니다. HEV나 PHEV대비 전동 시스템으로 일원화 돼 있는 전기차, 어느 쪽이 더 단순하고 제어가 쉬운지는 자명합니다.
하이브리드카의 또 다른 문제점은 너무 복잡하고 정교해서 보급에 제약이 있다는 것입니다. 전기차는 범용으로 쓰기에 적합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확장성(scalability)이 좋습니다. 하이브리드카는 그렇지 못합니다. 도요타 이외의 자동차 회사가 THS(도요타 하이브리드 시스템)를 채택한 사례는 도요타와 자본제휴를 하고 있는 마쓰다와 스바루 두 건에 불과합니다. 그중에 마쓰다가 THS를 도입했다가 곤욕을 치른 사례가 유명합니다. 마쓰다는 준중형차 마쓰다 3의 전 모델인 악셀라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했었습니다. 도요타의 전폭적인 지원에 따라 모든 기술을 제공받았지만 시스템이 너무 복잡해서 마쓰다 엔지니어들이 도저히 감당을 할 수가 없었고, 결국 도요타 차량보다 성능이 훨씬 떨어지는 제품이 나오고 말았었습니다.
도요타 이외에 제대로 된 풀 하이브리드카를 대량으로 판매하는 회사는 혼다와 현대·기아차가 있습니다. 그러나 혼다와 현대·기아차도 하이브리드에서 차츰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원하니까 만들고는 있지만 냉정히 말해 도요타만큼의 성능 대비 원가경쟁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판매 현황을 보면 극명합니다. 하이브리드카 보급이 시작된 지 20년이 넘었지만 도요타 이외에는 보급이 부진합니다. 2021년에 전 세계에서 269만 대의 하이브리드카가 팔렸는데 이 가운데 도요타가 191만 대, 혼다가 47만 대를 팔았습니다.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판매의 88%를 두 회사가 차지한 겁니다. 특히 도요타는 전 세계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의 71%를 차지했습니다. 즉 다른 업체 대부분이 찬동해주지 않은 채로 20년 넘게 도요타 혼자 뛰고 있는 셈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문제가 훨씬 심각합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기본적으로 전기차입니다. 전기차보다 용량이 적긴 하지만 배터리도 탑재돼 있습니다. 그 위에 복잡한 연료전지 시스템을 추가로 얹은 형태이지요. 전기차에 비해 훨씬 복잡한 시스템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구조도 복잡하지만, 대량의 수소를 생성해 이를 차량에 주입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기술적 난제가 상존해 있습니다. 어디서든 기존 전력망에 연결만 하면 되고 효율도 높은 전기차대비 어려운 길입니다.
수소 활용의 유리함으로 본다면, 폭스바겐 같은 유럽 자동차회사들이 아시아 회사보다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에 적극적이어야 할 겁니다. 아시아 지역보다는 유럽에 ‘그린수소’가 풍부하기 때문입니다. 유럽은 전체 전력생산에서 신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신재생에너지는 공급이 수요보다 많을 때 이를 저장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남은 전기에너지로 물을 분해해 이른바 ‘그린수소’를 대량으로 만들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전기로 바꿀 수 있습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이 부족해 그린수소를 만들기 어려운 중국, 한국, 일본에선 수소연료전지차의 환경 친화력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수소를 생산할 때 화석연료를 태워 만든 전기에너지를 사용한다면, 유럽에 비해 수소 경제를 통한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유럽은 그린수소가 풍부하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 보급에 따른 CO2실질삭감 효과가 훨씬 클 텐데도 유럽 자동차 회사들이 수소연료전지차보다는 전기차로 방향을 정하고 있습니다.
아우디의 올리버 호프만(Oliver Hoffmann) 개발총괄은 2021년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했습니다. “아우디는 수소 연료전지차나 합성연료도 오랫동안 개발해 왔지만 이를 중단했습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매우 뛰어난 기술이지만, 큰 결점이 있습니다. 연료인 ‘그린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대량의 신재생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풍력 등으로 만들어진) 전력을 사용해 (물을 전기분해해) 그린수소로 변환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에너지가 손실됩니다. 즉 에너지를 절약하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은 배터리 전기차입니다. (아시아에 비해 훨씬 풍부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이 한정돼 있는 그린수소는 우선 철강이나 시멘트 등 소재 산업 분야에서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배터리 전기차라는 효율이 좋은 해답이 있는 모빌리티 분야에서 수소연료전지차를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앞으로 10년, 아니 20년은 배터리 전기차가 정답입니다.”
폭스바겐 승용차 부분 CEO인 토마스 쉐퍼(Thomas Schafer) 도 2023년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수소연료전지는 수소 탱크 부피 때문에 승용차보다는 트럭이나 버스와 같은 상용차에 더욱 적합합니다. 향후 10년 동안 폭스바겐에서 수소차를 보기는 힘들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폭스바겐과 스텔란티스뿐 아니라 최근까지 수소연료전지차를 개발해 왔던 벤츠도 이를 포기하고 수소차 개발 부문을 외부의 다른 상용차 회사에 넘긴 상태입니다.
BMW는 2023년 초에 첫 수소연료전지차 시제품인 IX5 하이드로젠을 100여 대 제작해 시범 운영 중입니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를 총괄한 BMW 그룹 수소 기술 및 차량 프로젝트 총괄 위르겐 굴트너(Jürgen Guldner) 박사는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 기술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동력원 포트폴리오의 하나로 추가되는 것입니다”라고 언급을 했습니다.
2. 원가 인하의 여력
내연기관차는 성숙된 기술이라 추가 개발비가 덜 들어가고 마진 폭도 큽니다. 반면 전기차는 이제부터 수조 원,, 수십조 원 단위 투자가 계속돼야 하며 투자비 회수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또 전기차로 바뀌게 되면, 기존 인력과 엔진 중심 동력원을 통해 축적한 내부 자산이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도요타가 수소엔진 차량을 개발하고 독일이 e-fuel을 이용하는 내연기관차량을 미는 이유 중에 하나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미 구축된 내연기관의 생태계를 크게 바꾸지 않고 기존의 인력과 자산을 많이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스바겐은 왜 수소연료전지차나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합성연료등을 사용하는 내연기관등의 다양한 동력원을 준비하지 않고, 다소 불안하게 보이는 전기차 일원화 전략을 택하게 됐을까요? 그리고 왜 시간이 흐를수록 폭스바겐뿐 아니라 다른 자동차회사들도 미래 동력원을 전기차로 일원화하게 될 수밖에 없을까요?
엄격해지는 환경규제로 내연기관의 원가는 더욱 상승
두 번째 이유는 내연기관차량의 원가 구조가 시간이 갈수록 전기차 대비 불리해진다는데 있습니다. 전기차가 내연기관대비 구조의 단순성, 공용화의 용이성, 규모의 경제를 이루어 원가를 인하할 수 있는 폭이 크다는 부분 외에 근본적으로 내연기관은 점점 가혹해지는 연비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로 6와 유로 7의 규제 비교
규제 내용 | Euro 6 (현재) | Euro 7 (2025년부터) |
질소산화물 배출 | 80mg/km | 60mg/km |
브레이크 입자배출 | 규제 없음 | 7mg/km |
타이어 미세플라스틱 배출 | 규제 없음 | 규제 있음 (수치 미정) |
오염물질 입자기준 | 23nm 까지 측정 | 10nm 까지 측정 |
배출 물질 요건 준수기간 | 주행거리 10만km또는 5년 | 주행거리 20만km또는 10년 |
현재 유럽 자동차 배출가스는 유로 6 규제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2025년부터 유로 7이 적용되기 시작합니다. 유로 7이 적용되면 질소산화물과 이산화탄소등의 기존 기준은 더 낮아지게 됩니다. 유로 7과 관련이 있는 배출 쪽 부품의 내구성 기준도 한층 강화되고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테스트의 조건도 강화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개발비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차에 장착하는 정화 장치의 비용이 크게 상승하게 됩니다. 폭스바겐 승용차 부분 사장 토마스 쉐퍼(Thomas Schafer)는 자사의 소형차 모델인 폴로를 기준으로 할 때 5천 유로 즉 38000위안 정도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거기에 비해 이러한 환경 규제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전기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원가인하에 유리합니다.
e-fuel의 경우는 연료 제조 자체의 제조 비용이 현재는 기존 화석연료대비 4~5배 비싼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가격 문제는 향후 기술연구를 통해 기존 가솔린의 가격으로 낮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 유로 7의 적용에 의한 차량 가격상승문제는 피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료 제조과정 중에 탄소를 포집하는 것일 뿐 연소과정에는 기존 화석연료와 동일하게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하이브리드나 플러그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전기차 시스템과 내연기관 시스템을 중복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원가 면에서 내연기관차보다도 불리합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 시스템이 고스란히 들어가면서 거기에 값비싼 연료전지 시스템까지 추가로 얹어야 하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현재 원가와 향후 원가 인하 여력을 비교해 보겠습니다. 한 번 충전으로 400㎞ 정도를 가는 중형 전기차의 배터리 원가는 900만 원 정도입니다. 전기차 전체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합니다. 2025년쯤 되면 이 원가가 400만 원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대당 2만 개로 이뤄진 내연기관차 부품 수의 절반이면 됩니다. 전기차 생산이 급증하면 관련 부품의 수평 분업이 가속화하고 대부분 부품의 가격도 계속 떨어지게 되겠지요.
중형차 기준으로 휘발유 차량의 제조 원가는 1300만 원 정도입니다. 반면 같은 크기의 전기차 원가는 2000만 원 정도입니다. 단순 계산해서 2025년이면 배터리 원가 인하분만 반영해도 전기차 원가가 1500만 원으로 떨어지게 됩니다. 다른 부품의 원가 인하분을 감안하면 휘발유 차량과 원가 차이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브리드는 엔진과 전동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원가 절감에 한계 있음.
하이브리드카는 어떨까요? 내연기관차와 전동시스템을 모두 갖추고 있어 전기차에 비해 훨씬 복잡하지만 현재 판매 가격은 전기차보다 훨씬 저렴합니다. 그러나 원가절감의 달인인 도요타조차도 기존 하이브리드 시스템 원가를 지금보다 더 낮추는 게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전동시스템과 내연기관 시스템을 동시에 탑재하고 있다는 한계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 합쳐질 수 없는 두 개의 복잡한 시스템이 모두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획기적인 원가 절감은 어려워 보입니다. 도요타가 지난 2020여 년간 갈고닦아 도달한 것이 내연기관차 대비 추가비용 200만 원입니다. 그 이상은 어려워 보입니다.
원가경쟁력이 가장 높다는 도요타라고 해도 2025년 준중형 기준 하이브리드카 원가는 1500만 원(내연기관차 원가원가 1300만 원+200만 원) 정도일 겁니다. 2025년에 비슷한 크기의 전기차 원가가 1500만 원이 된다고 치면, 전기차 대비 하이브리드카의 원가경쟁력은 4~5년 내에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물론 앞으로 4~5년 정도만 본다면, 하이브리드카 보급이 계속될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기차처럼 기본구조가 단순해서 전 세계 자동차회사들은 물론 신규업체들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보급을 밀어붙이는 것과 같은 일은 하이브리드카에서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수치로도 증명됩니다. 작년 세계 하이브리드카 시장은 2019년보다 6% 늘어나는데 그쳤습니다. 연비가 좋고 배출가스 저감 효과도 탁월한데 말입니다.
수소연료전지차: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원가절감의 어려움.
하이브리드카가 향후 4~5년 내에 전기차에 원가경쟁력에서 밀리게 된다면, 수소연료전지차는 더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태생적으로 전기차 원가에 맞서기 어렵지요. 수소연료전지차는 전기차 관련 제조 비용이 거의 다 들어가는 데다 값비싼 연료전지 시스템이 더해지기 때문에, 아무리 비용 절감을 하더라도 전기차 원가를 이길 수 없습니다. 물론 전기차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적기 때문에 수소연료전지차의 배터리 원가는 전기차에 비해 훨씬 낮지요. 하지만 수소연료전지차에 실리는 연료전지 시스템은 초고압의 수소저장 탱크와 연료전지 등을 포함해 수천만 원의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물론 양산이 되면 원가가 떨어질 수는 있지만, 양산 효과를 충분히 낼만큼의 수요 자체가 현재로선 없는 상태이고, 또 어떻게 대량 생산을 한다고 해도 배터리에 비해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어렵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전 세계 거의 모든 자동차회사가 단독 혹은 배터리 회사와 합작해서 10조 원 단위의 투자를 통해 기술 개발과 규모의 경제를 이뤄나가고 있습니다. 반면에 수소연료전지차의 연료전지 시스템은 전기차 1대당 배터리 원가를 400만 원 이하로 내리는 것과 같은 획기적인 원가 절감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를 뺀 전기차 기본 구조의 원가가 1000만~1100만 원이라고 한다면, 여기에 2025년 기준으로 배터리 전기차는 배터리 원가 400만 원을 얹어 1400만~1500만 원의 제조 원가가 든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수소연료전지차도 전기차의 기본 구조의 원가 1000만~1100만 원을 똑같이 적용한다면, 최종 제조원가는 어느 정도가 될까요? 수소연료전지차도 작은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니 배터리 관련 원가를 몇십만 원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료전지와 수소 저장탱크 등을 합친 연료전지시스템의 원가는 아무리 양산효과를 거둬 원가를 낮춘다고 해도 2025년 기준으로 1700만~1800만 원은 넘어갈 겁니다. 그렇다면 2025년 기준의 수소연료전지차 제조원가는 거의 3000만 원입니다. 전기차 제조원가의 2배인 셈입니다
이것은 수소연료전지차 대량 보급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이 됩니다. 몇천대, 몇만 대까지는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해 보급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몇십만 대, 몇백만 대를 보급할 때는 감당하기가 불가능합니다. 2025년 기준으로 전기차는 보조금 없이도 대량 보급이 가능하겠지만, 수소연료전지차는 불가능합니다.
3. 모빌리티 서비스를 위한 수단
앞서 언급한 대로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로 돈을 벌기 위한 핵심은 CASE (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전기차)입니다.
커넥티드·자율주행·차량공유 서비스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차량의 중앙 컴퓨터가 모든 기능을 전자적으로 쉽게 제어 가능해야 합니다.. 그러나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차량의 중앙 컴퓨터로 제어하는 것이 전기차보다 쉽지 않습니다. 하이브리드카 역시 엔진 중심이기는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완전한 스마트카, 완전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으로 발전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SDV (Software Defined Vehicle)는 전기차야여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테슬라가 인기인 것은 전기차이기 때문만이 아니라 ‘테슬라’이기 때문이라고 말을 하는데요. 그것은 테슬라 차량이‘전기차’ 일뿐 아니라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인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이기 때문이라는 의미입니다. SDV이기 때문에 타사 차량 대비 더 매끄러운 소비자 체험을 가능케 해주는 것입니다.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 기존 피처폰 대비 뛰어난 소비자 체험을 가능케 해 줬던 것처럼 말입니다
현재 테슬라를 제외한 다른 회사들은 전기차를 판매하고 있을 뿐이지, SDV를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전기차가 SDV인 것은 아니지만, 모든 SDV는 전기차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모빌리티 서비스가 가능한 차량이 되려면, 전기차만 만드는 게 아니라, 소프트웨어 회사와 같이 우선 차량의 안쪽(소프트)부터 생각하고, 후에 바깥쪽(하드)을 생각하는 방식으로 개발 구조를 완전히 바꿀 필요가 있는데, 이것은 전기차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이것을 가장 먼저 현실화한 것이 테슬라이고. 기존 자동차회사 중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개발 조직의 근본부터 뜯어고치고 있는 회사는 폭스바겐입니다.
미래 자동차 회사의 수익은 차량 판매가 아닌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창출
폭스바겐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제품의 중심을 이동시키는 것뿐 아니라, 자사 차량을 SDV 즉 소프트웨어로 정의되는 자동차로 바꾸려고 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의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고, 차를 팔아 차익으로 돈을 버는 것보다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빌리티 서비스로 더 많은 돈을 버는 회사로 변신하겠다는 것입니다.
SDV개발을 위한 폭스바겐의 노력
폭스바겐은 2030년 유럽의 MaaS(Mobility as a Service) 시장이 7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는데요. 이 시장을 장악할 수만 있다면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늑장을 부리다 테슬라 같은 회사에 이 시장을 빼앗기면 죽는 것이고, 지금이라도 전기차·SDV 개발을 서두르면 승산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폭스바겐은 이를 위해 그룹 내 소프트웨어 개발 인원 55천 명을 한데 모아 카리아드 (Cariad)라는 소프트웨어 자회사를 설립하여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개발을 진행하고 있고 폭스바겐 그룹 전체에서 사용 가능한 전기차 플랫폼 SSP(Scalable Systems Platform)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SSP를 적용한 첫 번째 차량인 트리니티는 2026년 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계획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2022년 12월 주주총회에서 올리버 블루메(Oliver Blume) 폭스바겐 그룹 CEO는 트리니티 프로젝트가 22년가량 연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기존 카리아드를 통해 내재화하여 개발하려던 자율주행과 소프트웨어 개발 역시 자체 개발로는 어렵다고 판단되어 외부 파트너십을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동력원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목표가 아닌 수단
인류에게 어느 곳에서나 통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핸드폰은 과거에는 통화가 주요 기능이었지만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한 이후 통화기능은 더 이상 경쟁력의 척도가 되지 못했습니다. 대산 핸드폰은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진화하여 경쟁하고 있습니다. 미래의 자동차 역시도 핸드폰의 발전 방향과 유사한 방향으로 변화해 나갈 것입니다..
차량의 전통적인 주요 기능이었던 이동성은 더 이상 경쟁력의 척도가 아닌 기본 기능이 될 것입니다.. 대신 SDV(Software Defined Vehicle)라는 이름하에 핸드폰처럼 움직이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의 기능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즉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동력원은 자동차회사에 있어서 더 이상 ‘목표’가 될 수 없습니다. 모빌리티 시장 선점이라는 목표를 향해 가는 ‘수단’에 불과한 것입니다.
미래 차량은 CASE의 발전 방향에 따라 SDV에 적합하도록 전기·전자적으로 지금보다 더 복합적이고 고도화되어 전자제어 시스템이나 각종 센서류가 차지하는 비용은 더 증가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동시스템은 최대한 단순하고 저렴하며 제어가 쉬울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설계로 다양한 종류의 차를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는, 즉 확장성(Scalability)이 뛰어난 구조여야 하기 때문에 구조가 너무 복잡하면 확장성이나 원가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이러한 점들을 미래 내다보고 테슬라는 미래의 동력원으로 전기차를 선택하여 먼저 추진을 해왔습니다. 뒤늦게 이 상황을 파악한 기존의 자동차 업체들은 오랫동안 구축되어 온 기존의 내연기관 생태계를 바꾸어 가면서까지 전기차 올인으로 방침을 바꾸고 있습니다.
출처: [최원석의 디코드] 미래 승용차가 전기차로 일원화될 수밖에 없는 3가지 이유
https://www.chosun.com/economy/int_economy/2021/10/28/WEU72ZZHLJCKXLAUWEXYV6ED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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