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자동차 시장을 위협하는 중국 전기차

2023. 12. 31. 19:02전기자동차

중국 내 전기차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판매 둔화, 시장 점유율 축소, 품질에 대한 혹독한 평가에 더하여 가격 경쟁에 휘말리고 있습니다.

VW은 시장 지위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어 VW의 전기차 ID 3는  독일에서는 할인된 가격으로 3만 5천 달러에 구입할 수 있지만, 중국에서는 만 6천 달러로 거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에 구입할 수 있습니다.

 

VW 전기차 ID3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이유는 중국 로컬 자동차 회사들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으며 중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전기 자동차 모델을 판매할 준비를 하고 있을 정도로 경쟁력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중국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에 중국 로컬업체들은 중국시장에서 판매하는 것보다 중국 이외의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더 쉽게 여겨진다고 할 정도입니다.

 

그렇다면 기존의 자동차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중국이라는 가장 중요한 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러한 질문에 답하고  현재 중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향후 중국 전기차가 어떻게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재편하려고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 중국시장에 초기부터 진출했던 VW을 통해 중국의 자동차 산업이 어떻게 시작되고 성장하게 되었는지를 알아보겠습니다.

 

VW의 중국시장 진출의 역사는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78년 당시 중국은 문화 대혁명에서 막 벗어난 상태라 여전히 가난했지만 중국 정부는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자동차의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로 눈을 돌렸습니다.

1978년 중국 산업부 장관이 이끄는 중국 대표단이 예고 없이 볼프스부르크 (Wolfsburg)의 VW 본사를 방문했습니다.

당시 중국은 40 이상 고립된  폐쇄되어 있었기 때문에  그들 중 한 명이 자신은 중국 산업부 장관이라고 소개했을 때 당시 VW 경영진은 처음에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1978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VW 본사를 방문한 중국 산업부 장관 일행

중국으로의 자동차를 들여오는 것에대해 처음에 중국정부와 VW의 경영진은 의견충돌이 있었습니다.

당시 중국의 국민 소득으로는 개인들이 승용차를 살 경제 능력이 안되었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VW이 생산하는 승용차보다 트럭과 버스를 더 원했지만 VW은 자사의 승용차를 중국에 팔기 원했습니다.

 

VW 경영진은  심사숙고 끝에 절충안을 찾아냈습니다. 그들은 중국이 워낙 거대하기 때문에 VW의 승용차를 택시나 정부 관용차량으로만 판매해도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VW경영진들의 이 제안은 중국정부에 의해 수용되어 양측은 이 제안에 합의했습니다.

 

1984년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VW의 새로운 합작사인 상하이 VW 자동차 회사의 기공식을 위해 중국으로 날아갔습니다.

 

1984년 상하이 VW 공장 기공식을위해 중국을 방문한 헬무트 콜 독일총리

그때까지 공산당이 정권을 장악한 이후 중국에  합작 투자를 시도한 외국 자동차 회사는 Zeep 한 곳뿐이었지만 그 마저도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VW은 운이 좋았습니다.

그렇게 VW의 중국 사업은 시작되었고 1980년대나 90년대 베이징과 상하이의 모든 택시는 VW의 Santana모델일 정도로 대성공을 거두었습니다. 

 

중국시장에 출시된 VW의 Santana

그 이후 매우 가난했던 중국은 점차 경제 대국으로 변모했고, 개인 소득이 증가하면서 개인용 자동차 시장도 성장했습니다.

도요타, GM, 포드 같은 다른 회사들도 중국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VW만큼 성공한 회사는 없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VW은 중국 승용차 시장의 50%를 점유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경제가 성장하기 시작하던 초창기에 중국시장에 진입한 VW을 중국 국민들은 자국차라고 생각할 정도로 VW의 시장 재배력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러한 기조는 VW에게 큰 이점이었고 최근까지도 이어졌었습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성공은 그 자체로 위험을 수반했습니다.

자동차 회사 입장에서 한나라에 의존도가 높아지는 것은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VW은 점점 더 많은 판매량이 중국에 묶였고, 그 판매량은 모두 내연기관 모델에 묶여 있었습니다.

 

중국은 자체 자동차 회사를 갖기 원해 오랜 기간 내연기관 엔진 모델을 생산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성과는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중 전기차라는 새로운 기술이 등장했습니다.

2001년, 중국은 연료 전지 및 하이브리드와 함께 배터리 전기차에 대한 연구 개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전기차로의 본격적인 전환은 전직 아우디의 자동차 엔지니어이자 테슬라의 팬이었던 완강 (万钢)이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이 된 후인 2008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임 중국 과학기술부 장관 완강 (万钢)

자동차에 대한 깊은 기술적인 배경을 가진 완강은 전기자동차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가지고 과학기술부에 들어왔습니다.

그는 중국이 내연기관 자동차가 아닌 전기자동차로 기술 방향을 전환하면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기회의 장이 마련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그것은 도박에 가까운 모험이었습니다.

그러나 완강 장관은 자신의 신념을 밀고 나갔고 중국 최초로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1978년에 VW이 했던 것처럼 전기차를 택시와 정부 차량에 공급하도록 했습니다. 이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전기차는  규모를 갖춰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2009, 2010년경에 전기차 프로젝트가 시작될 당시에 전기차 프로젝트는 과학기술부 외부에서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드디어 2015년부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정부가 배터리 생산, 심지어 광물 정제까지 아우르는 전기 자동차를 위한 전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전폭적으로 지원하면서 중국의 전기차 산업은 급성장하게 되었습니다.

 

 

휴대폰용 배터리를 만들던 BYD와 같은 회사들은 전기차에서 새로운 사업방향을 찾았습니다.

Leap 모토와 Nio, Xpeng 같은 스타트업은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중국정부는 전기차 구입 시 소비자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정부에서 대규모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자국 기업을 지원했습니다. 그 외에도 저렴한 이자로 대출을 해주거나 주식을 매입하는 방법 등으로 신생 기업들의 자금력을 안정시키며 적극적으로 지원했습니다.

 

BYD Seal, Leap모터 C01, Nio ET5, Xpeng P7 (왼쪽부터)

 

Nio 같은 경우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지방정부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살아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의 새로운 전기차 시장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테슬라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아직 품질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 테슬라의 상하이 공장 건설을 허용하고 테슬라가 2020년 기가 상하이 공장을 가동하며 본격적으로 중국시장에 진입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고, 이러한 문제들은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테슬라의 상하이 기가팩토리

 

Tesla는 자사의 높은 성능을 가진 전기차 모델들을 출시하여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높여놓았고 이는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의 기준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중국 로컬 전기차 업체들의 품질이 높아지게된 실제적인 원인은 테슬라로  인해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품질 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테슬라의 높은 사양에 맞춰 전자제품과 부품을 생산해야 했고, 이는 곧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에도 동일한 품질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테슬라가 등장하기 전까지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항상 싸구려로 여겨졌습니다. 매우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지만 품질에 대해서는 신뢰감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테슬라의 등장으로 중국 로컬 자동차들은 모든 주요 품질 항목을 충족시키기 시작했고 테슬라보다  품질은 더 좋지는 않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했고 무엇보다 제작 속도가 빠르고 가격이 저렴했습니다.

거기에 더해 테슬라가 구축한 프리미엄 이미지도 중국 전기차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테슬라는 VW보다 훨씬 저렴한 생산비용으로 전기차를 생산했지만 판매는 고급차처럼 프리미엄으로 판매했는데 이는 중국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는 프리미엄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켜 주었습니다.

이처럼 중국 기업들은 세계 최고의 전기차 생산업체인 테슬라와 경쟁하하면서 2021년 중국 내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무려 170%나 급증하여 약 300만 대에 달했으며, 그 해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의 약 절반이 중국에서 판매되었습니다.

급기야 2021년 BYD는 중국 내 판매량 1위를 차지했고 테슬라는 3위에 머무르게 될 정도로 중국 로컬 업체들의 경쟁력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중국 시장 상황이 이렇게 변화하고 있었지만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업체인 VW, 도요타, 혼다는 걱정하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그들은 중국 로컬 자동차 제조업체와 테슬라에 비해 규모의 이점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결국에는 자신들이 전기차 시장도 장악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첫번째 문제는 외국 대형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모델들이 중국 로컬 자동차 회사들의 모델보다 많지 않았다는데 있습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전기 자동차 배터리 가격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관련하여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에는 중국소비자들이 EV 구매 시 자동차의 주행거리나 강력한 성능을 따졌지만 지금은 자동차의 소프트웨어, 디지털 연결성을 훨씬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를 바퀴 달린 소프트웨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중국 시장의 분위기에서 VW이 2021년에 출시한 ID3는 우수한 엔지니어를 보유한 회사가 반드시 프로그래밍을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VW의 첫 번째 EV 해치백이었던 ID3는 운영 체제에 버그가 많아 속도가 느리고 OTA기능이 없어 대리점에서 업데이트를 하는 불편함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에 비해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테슬라와 같이 OTA기능을 탑재하여  OS를 원격으로 업데이트를 할 수 있었습니다.

 

BYD ATTO3의 OS를 OTA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중국 리뷰어들도 ID3의 문제점을 놓치지 않고 BYD나 다른 중국 전기차들과 비교하며 ID3에 대해 비평을 쏟아부었습니다.

VW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 자동차 제조사들도 문제가 있었습니다. 벤츠와 도요타 모두 중국에서 소프트웨어 문제로 리콜을 실시했으며, 심지어 테슬라도 자체 소프트웨어 문제로 인한 브레이크 사고 문제로 대규모 리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또한 중국의 EV 주 고객층으로 떠오르는 젊은 디지털 세대들이 매력을 느낄만한 셀카 카메라 기능이나 노래방 같은  앱이 없었습니다.

 

셀카 기능과 노래방 기능이 탑재된 BYD

VW 경영진에게 가라오케 (노래방)는 소프트웨어의 중요성과 중국 시장을 근본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었다는 것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VW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자신들의 오판을 인정하기는 했지만 소프트웨어 문제는 VW뿐 아니라 도요타, 혼다등 그동안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높았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 모두에게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이들은 소프트웨어의 개발 부진뿐 아니라 전기차의 품질과 성능, 심지어 중국 소비자들의 민족주의까지 신경 써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 입장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더 좋은 성능을 가진 BYD를 살 수 있는데 굳이 VW을 구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서두에 소개한 바와 같이 이러한 문제에 대해 VW이 선택한 해결책은 가격을 낮추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서는 실제로 전기차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지만, 이는 전략이라기보다는 필요성에 의한 것입니다.

중국 시장은 너무 경쟁이 심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VW의 2023년 8월 판매량은 이러한 가격 인하로 인해 실제로 증가했지만, 고객들의 내연기관 모델 구매가 줄어들면서 VW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계속 하락하고 있습니다.

 

수년간 중국에서 15%에 가까운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던 VW은 지난해 11%까지 떨어졌습니다.

도요타와 혼다를 포함한 일본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6%대까지 떨어지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상반기에는 전체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BYD가 VW을 제치고 중국 내 1위 브랜드로 올라섰습니다.

 

 

VW은 지금까지의 피해를 복구하고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잃지 않기 위해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들보다 현재의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적극적으로 중국업체들과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자사의 기술력으로 소프트웨어와 플랫폼을 개발하려고 해 왔지만 중국업체들과 협력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개발 자회사인 CARIAD의 OS개발이 부진하자 더 이상 기다리지 않고 OS 시스템을 개발하는 중국 소프트웨어 업체 ThunderSoft와 합작회사를 설립하여 부족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하고 connectivity능력을 확장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또한 중국 전기차 업체인 Xpeng에 7억 달러를 투자하여 5%의 지분을 인수했으며 Xpeng의 구형 모델인 Edward 플랫폼을 이용하여 2026년까지 두 개의 새로운 모델을 개발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존재합니다. 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경쟁력이 생긴 중국 전기차 제조 업체들은 중국 내에서의 치열해진 경쟁을 해외 진출이라는 방식으로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올해 뮌헨에서 열린 IAA Mobility 2023에서 BYD는 유럽시장을 겨냥한 6개의 EV차량을  공개했습니다.

 

 

图 10 BYD가 IAA Mobility 2023에 출품한 EV, SEAL, SEAL U, Han, Tang, Dolphin, ATTO3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소비자들이 더 많은 디지털 커넥티드 카를 원한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해외 진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BYD 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부분의 전기차 제조사들은 이미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시장에 진입하여 기존의 대형 자동차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가고 있고 이는 유럽시장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전기차 분야에서 글로벌한 경쟁력을 갖춘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중국 시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대형 자동차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빼앗는 위협적인 존재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